유상증자를 추진 중인 미래에셋글로벌리츠(396690)가 기존 주주들의 외면 속 대규모 청약 미달 사태에 직면했다. 회사는 계획했던 수준의 자금 조달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미국 물류센터 지분 전체를 매입하려던 계획을 틀어 일부만 인수하는 쪽으로 재검토에 착수했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와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따르면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신규 편입자산으로 점찍었던 미국 휴스턴 물류센터의 일부 지분만 매입하는 방향으로 노선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이 물류센터의 현재 주인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한 사모펀드(PEF)다. 양측은 전체 매각가를 약 2500억 원으로 책정해두고 이달 30일 거래를 종결할 방침이었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최대 680억 원 유상증자에 400억 원의 차입을 더해 1000억 원 이상을 조달하고, 해당 물류센터에 잡혀있는 담보 대출 약 1500억 원을 인계 받아 인수를 끝낼 계획이었다. 400억 원 차입은 지난달 LB자산운용으로부터 연 7% 금리로 끝마쳤다.
그러나 마지막 관문이었던 유증에서 기대보다 저조한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되자 내부에선 전체 인수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진단을 하고 있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최근 주가 하락으로 발행가액을 한 차례 낮췄으며 유증으로 조달할 자금도 최대 570억 원까지 줄어든 상황이었다.
여기에 16일 끝난 구주주 대상 청약에서 청약률이 28.96%로 저조한 성과를 내면서 이마저도 전체 자금 조달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날부터 이틀 동안 일반 청약에 나서지만 시장은 적지 않은 수준의 청약 미달을 점치고 있다. 회사는 청약 접수된 물량 만큼만 지분을 발행한다는 계획이어서 당분간 주식 시장에서의 추가 자금 조달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지난해에도 4600억 원 유상증자를 추진했다가 실패한 이력이 있다. 전문가들은 회사가 기존 주주 등 시장과의 소통에 미진했던 것이 잇따르는 유증 실패 원인이라고 지목한다.
실제 조달 규모를 크게 줄인 이번 유증에서도 소액주주들은 물론 굵직한 지분을 보유한 기관투자가들마저 대부분 청약을 외면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 상반기 말 기준 회사의 최대주주는 미래에셋운용(7.51%)이며 NH투자증권(005940)(6.89%), 하나캐피탈(6.88%), 미래에셋증권(006800)(5.85%), 코람코자산운용(5.20%) 순으로 지분을 보유해왔다.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투자 심리가 계속 냉각돼 있었다는 점도 이번 자금 조달이 난항을 겪고 있는 배경이라는 평가다. 올 9월 3000억 원 규모 유증을 실시한 SK리츠(395400)는 기존주주들에 초과 청약 기회까지 부여했으나 청약률은 79%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