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민간이 중심이 되는 벤처모기금(펀드) 시대가 열렸다. 지난 해 11월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벤처 대책인 ‘역동적 벤처투자 생태계 조상방안’ 발표 이후 1년 만이다. 민간 벤처모펀드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벤처투자 시장에서 민간 역할 강화는 물론 정부 모태펀드와 함께 민간자본 유입도 확대되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일 강남구 서울창업허브 스케일업센터에서 제1호 민간 벤처모펀드를 조성하는 하나금융그룹과 ‘민간 벤처모펀드 출범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출범식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롯해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안선종 하나벤처스 사장, 신상한 한국벤처투자 부대표 및 벤처캐피털(VC)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민간 벤처모펀드는 민간 재원으로 창업·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다수의 벤처 자펀드에 출자하는 재간접펀드를 말한다. 민간 재원으로 벤처펀드에 대한 간접·분산 출자를 통해 안정성과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민간 벤처모펀드는 투자금을 다수의 자펀드에 분산해 리스크 감소 및 안정적인 수익 획득이 가능하고, 자펀드의 포트폴리오를 폭넓게 공유받아 투자처를 효과적으로 탐색할 수 있어 확장성이 뛰어나다. 여기에 분야별 전문성을 가진 벤처캐피털(VC)과 파트너십을 형성해 투자의 전문성도 높일 수 있다. 국내 민간 벤처모펀드 도입은 지난해 11월 윤석열 정부의 역동적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방안을 통해 청사진이 제시된 이후 올해 3월 ‘벤처투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지난 달 19일부터 가능해졌다. 중기부 관계자는 “미국 등 글로벌 벤처 선진국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민간이 주도하는 펀드 조성사례가 없었다”며 “모펀드의 안정성, 확장성, 전문성 측면의 강점을 토대로 민간 자본을 벤처투자 시장으로 유입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총 1000억 원 규모로 민간 벤처모펀드 1호를 출범시킨다. 관계사인 하나은행과 하나벤처스 등이 100% 공동출자했고 하나벤처스가 10년간 운용할 계획이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로봇 등 10대 초격차 분야 및 미래유망신기술 기업에 중점 출자·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최근 창업기업의 생존율이 낮아진 상황에서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유망 청년 창업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여기에 한국벤처투자와 하나벤처스가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대표 정책 모펀드인 모태펀드를 18년간 운용한 한국벤처투자가 하나벤처스에 모펀드 운용 노하우를 전수하는 등 상호 협력을 약속했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민간 벤처모펀드 1호는 민간 주도 벤처투자 시장을 상징하는 기념비적인 펀드로서 업계의 이정표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중기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함영주 회장도 “1000억 원 규모의 국내 최초 민간 모펀드가 중소․벤처·스타트업 기업을 위한 투자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민간자본이 자생적으로 유입될 수 있는 마중물이 되길 희망한다” 며 “앞으로도 하나금융그룹은 중기부와 함께 중소·벤처·스타트업 기업의 더 큰 도약과 성장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