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별세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의 법률고문이자 상원의원을 지낸 잔카를로 피텔리가 20일(현지시간) 세기의 마피아 재판에서 징역 11년형을 선고받았다.
안사(ANSA)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주 비보 발렌티아 법원이 이탈리아 최대 마피아 조직 '은드랑게타' 조직원과 정부 조력자 등 피고인 338명에 대해 1심 판결을 했다고 밝혔다.
은드랑게타는 칼라브리아주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이탈리아 최대 마피아 조직이다.
2만 명의 조직원이 세계 곳곳에 암약하고 있으며 마약 밀매, 고리대금업 등을 통해 연간 500억유로(약 67조 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추산된다. 유럽에 들어오는 코카인의 대부분을 통제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범죄조직 중 하나로 꼽힌다.
피텔리 전 의원은 현존하는 가장 막강한 마피아 조직인 은드랑게타의 뒷배를 봐줘 '마피아의 해결사'로 불려왔다. 그는 검찰이 구형한 17년에 못 미치는 11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탈리아 군사경찰대 중령을 지낸 조르조 나셀리는 2년 6개월, 전직 경찰관 미켈레 마리나로는 10년 6개월, 전 지방의회 의원인 피에트로 잠보리노에게는 18개월의 징역형이 각각 선고됐다.
법원은 은드랑게타의 작은 보스인 사베리오 라치오날레와 도메니코 보나보타에게 나란히 징역 30년형을 선고했다. '삼촌'으로 불리며 별도의 재판을 받는 은드랑게타 최고 보스 루이지 만쿠소에 대한 판결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이날 진행된 재판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범죄 조직 중 하나인 은드랑게타에 심대한 타격을 줬다고 평가된다.
AFP 통신은 해당 재판이 최근 수십년간 이탈리아에서 열린 최대 규모의 마피아 재판이라고 전했다.
이탈리아에서 역대 가장 큰 마피아 재판은 1986년 2월 10일부터 1992년 1월 30일까지 시칠리아 마피아 465명을 대상으로 약 6년간 진행된 '막시 재판(대재판)'이 꼽힌다.
이탈리아 경찰은 2019년 크리스마스 직전에 '리나시아 스코트'라는 작전명으로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 검거 작전을 펼쳐 은드랑게타 조직원과 정부 조력자 등 수백명을 붙잡아 살인, 범죄 조직 가입, 마약 거래, 돈세탁, 국가 공무원 부패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2021년 1월 첫 공판이 열린 이래 법원은 전 은드랑게타 조직원 50명에게 수천시간 분량의 증언을 청취했다. 법원은 2년 10개월간의 심리 끝에 이날 1심 판결을 했다.
현지 언론매체는 피고인이 많아서 브리지다 카바시노 판사가 판결문을 끝까지 낭독하는 데만 1시간 30분이 넘게 걸렸다고 전했다.
이날 재판은 칼라브리아주 라메치아 테르메 지역에 특수 제작된 벙커 형태의 법정에서 열렸다. 방대한 크기의 이 벙커 법정에는 참석자들이 멀리서도 재판을 볼 수 있도록 천장 곳곳에 모니터가 설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