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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10만 소액주주 무시한 '파두'

투자증권부 김남균





“고객이 통화 중입니다. 다음에 다시 걸어주시기 바랍니다.” 21일 새벽 1시 파두(440110)의 분기 보고서에 명시된 유일한 회사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니 돌아온 신호음이다. 전날도 그 전날도 파두는 계속 통화 중이었는데 혹시나 했다.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첫 조(兆) 단위 ‘대어’로 관심을 모았던 파두의 실적 쇼크는 ‘파두 사태’라는 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자본시장에 충격을 줬다. 파두는 공모 과정에서 올해 1203억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했지만 3분기까지의 매출은 180억 원에 불과했다. 파두의 2분기 매출은 사실상 제로여서 회사가 이를 알고도 고의로 숨겨 투자자들을 모집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하지만 파두의 대응은 어이없을 만큼 느긋하고 안일하다. 회사의 입장과 해명을 들을 수 없는 기자들은 이미 파두와 계약이 만료된 기업설명회(IR) 대행 업체를 붙잡고 질문을 던지며 답변을 기다리는 실정이다. 파두는 3분기 실적 발표 후 나흘이 지나서야 홈페이지에 ‘파두 현황에 대해 드리는 말씀’이라며 명의가 불분명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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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입장문에는 “투자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는 당연한 문구조차 없고 되레 ‘뻥튀기 상장’ 의혹을 키우기만 했다. 3분기 실적 부진에 대해 최근 김병훈 에코프로머티(450080)리얼즈 대표가 솔직히 사과하며 향후 사업 계획을 설명한 것과도 극히 대조적이다.

파두 경영을 담당하는 이지효 공동대표가 언론과 소액주주들을 일부러 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두의 상장을 주관한 NH투자증권(005940)의 고위 관계자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미국에서 귀국해 투자자와 언론 대상 간담회를 가질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간담회 소식은 여전히 들리지 않는다.

파두는 16~17일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비공개 설명회를 열기는 했다. 적자 기업이 성장성을 앞세워 개인들에게 484억 원에 이르는 거액을 투자받았는데 10만 명 넘는 소액주주들은 뒷전으로 밀린 셈이다. 이 대표는 7월 상장을 앞두고 간담회를 열었을 때도 ‘연락처 없는 명함’만을 교환해 기자들의 의구심을 샀다.

파두는 자본시장의 기본 인프라인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이번 사태로 유망 팹리스 기업들의 신규 IPO는 당분간 물 건너갔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파두는 더 이상 스타트업이 아니다. 코스닥 상장사로서 공적 책임을 무겁게 돌아보기를 바란다.

김남균 서울경제 투자증권부 기자김남균 서울경제 투자증권부 기자


김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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