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손에 잡힐듯…한폭의 山水 속으로

◆ 윤현진·이상용 2인전 '데우스엑스마키나'

산수화 속 공중엔 고래가 둥둥

'키네틱 아트'로 이색 경험 선사

예술이 갖는 '초월적 힘' 보여줘

서울 종로구 율곡로 갤러리 몬도베르에서 관람객이 전시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보고 있다. 사진제공=데우스 엑스 마키나서울 종로구 율곡로 갤러리 몬도베르에서 관람객이 전시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보고 있다. 사진제공=데우스 엑스 마키나




서울 종로구 안국역에서 경복궁 쪽으로 걸어가는 길목에 위치한 작은 갤러리 ‘몬도베르’에는 최근 행인과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투명한 유리 너머로 보이는 전시장 안의 풍경이 눈길을 끈다. 전시장에는 검은색 나무 조각이 산과 바다처럼 널려 있다. 마치 산수화 화폭을 현실로 끄집어낸 듯한 조각 사이사이에는 가오리와 고래 조각이 둥둥 떠있다. 갤러리 안에 들어서면 조각은 무대 미술처럼 느껴진다. 관람객은 연극 무대 위를 천천히 거니는 듯한 이채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데우스엑스마키나(Deus ex machina) 전시장 전경. 사진제공=갤러리 몬도베르‘데우스엑스마키나(Deus ex machina) 전시장 전경. 사진제공=갤러리 몬도베르


갤러리 몬도베르에서 열리는 전시 ‘데우스엑스마키나(Deus ex machina)’는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공예 브랜드 ‘현진-서울’의 부부 작가 윤현진·이상용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갖는 2인전이다. ‘현진-서울’은 ‘공예의 사회적 역할은 다양한 계층 및 세대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유대를 형성하는 것’이라는 철학을 중심으로 출범한 작가 브랜드다. 두 작가는 공예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깊은 철학을 바탕으로 대중이 쉽게 교감할 수 있는 작품을 주로 선보이는데, 2021년부터는 세계 3대 소비재 박람회 중 하나인 프랑스 파리 ‘메종 앤 오브제'에서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크래프트(공예)’ 전시관에서 전시하며 세계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갤러리 몬도베르가 주도한 이번 전시의 주제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고대 그리스 시대의 연극 무대 기법 중 하나로, 우리말로는 ‘기계장치로 무대에 내려온 신’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과거에는 연극 공연 중 신이나 영웅이 하늘에서 내려와야 할 때 물건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기중기와 같은 장치가 사용됐는데, 주로 초자연적인 힘을 이용해 극의 흐름을 바꾸거나 극적인 결말을 가져올 때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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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연극 무대에서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해결하기 힘든 사건에 직면 했을 때 나타나 사건을 해결해주는 장면 연출을 의미한다. 전시를 기획한 갤러리 몬도베르 관계자는 “예술은 현대인에게 탈출구이자 특별한 경험”이라며 “전시를 데우스엑스마키나처럼 공중에서 무언가 타고 내려오는 것으로 기획해 예술이 갖는 의미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윤현진, 심경산수. 사진 제공=갤러리 몬도베르윤현진, 심경산수. 사진 제공=갤러리 몬도베르


이상용, 난다고래. 사진 제공=갤러리 몬도베르이상용, 난다고래. 사진 제공=갤러리 몬도베르


실제로 전시장에는 윤현진의 ‘마음으로 보는 심경산수’와 바다를 유영하는 고래와 가오리를 키네틱 아트로 탄생한 이상용의 ‘난다고래·만타레이’가 무대미술처럼 어우러져 있다. 윤현진은 우리의 산과 섬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묘사하고 김상용은 고요함 속에서 고래와 가오리로 역동성을 보여준다. 산 곳곳에는 레고처럼 귀여운 작은 인물이 보이는데 이 인물들은 가장 단단한 나무 중 하나인 흑단을 재료로 제작됐다. 큰 산 속에서 갤러리를 거닐다보면 관람객은 연극 시나리오에서 극이 절정에 달한 직후의 압도적인 고요함을 느낄 수 있다. 산을 표현한 나무는 대리석처럼 매끄럽고 인물을 표현한 나무는 작지만 다부져, 자연 속에서도 정체성을 잃지 않는 굳건함을 보여준다.

고래와 가오리는 얇은 막대기에 의지해 마치 하늘에 떠 있는 것처럼 기우뚱거리며 균형을 유지한다. 이와 같은 작품 표현 방식을 ‘키네틱 아트’라고 한다. 키네틱 아트는 과학의 원리를 접목해 예술 작품에 움직임을 더하는 활동이다. 작가는 고래와 가오리의 배 부분에서 완벽한 무게중심을 찾아내 홈을 팠다. 이 홈을 입체기둥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으면 작품은 마치 춤을 추듯 상하좌우로 움직인다. ‘만타레이’는 온 몸으로 바닷속을 유영하는 가오리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무리지어진 모습을 통해 생동감과 율동감이 느껴지는데 작가는 이러한 작업을 통해 자연과 인공의 조화와 대비를 보여준다. 전시는 1월 31일까지 갤러리 몬도베르에서.

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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