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원 규모 벤처 모펀드인 성장사다리펀드2의 위탁운용사 후보군이 세 곳으로 압축됐다. KDB산업은행은 내달 위탁운용사 한 곳을 최종 확정해 내년 1분기 중 모펀드 결성을 완료할 계획이다.
23일 자산운용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진행하는 성장사다리펀드2 위탁운용사 선정에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과 신한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등 세 곳이 제안서를 접수해 3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산은의 글로벌 파트너쉽펀드를 운용 중인 우리자산운용도 관심을 보였지만 지원을 하지는 않았다.
모펀드 운용의 경우 자펀드 운용과 달리 시장이 과점 체제여서 세 곳만 지원했지만 유효 경쟁은 성공한 셈이다. 모펀드 운용은 한국벤처투자와 산은 등 공공기관이 주도하고 있고 민간의 경우 일부 자산운용사만 모펀드를 운용 중이다.
성장사다리펀드2는 산은과 은행권청년창업재단, IBK기업은행이 주요 출자자로 참여하는 모펀드다. 기존 성장사다리펀드1에서 나온 회수 자금을 활용해 각각 7300억 원, 1890억 원, 810억 원을 출자한다. 펀드 존속기간은 15년이며, 이중 투자기간이 5년이다. 펀드 결성 이후 5년간 매년 자펀드 운용사를 선정하며 남은 10년간 투자금 회수를 진행하게 된다.
위탁운용사로 선정된 곳 내년 4월까지 자펀드 운용사 선정을 완료해야 한다. 전체 약정액이 1조 원에 달하는 만큼 향후 5년 동안 매년 2000억 원을 출자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자펀드 운용사들은 내년 12월 말까지 펀드 결성을 완료하고, △딥테크(기저기술) △기후대응 △세컨더리(회수시장) 등의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
가장 유력한 위탁운용사 후보로는 성장금융이 꼽힌다. 성장금융은 성장사다리펀드1 운용을 목적으로 2016년 설립된 곳이다. 민간 자산운용사 형태로 설립되긴 했지만, 산은과 한국증권금융, 중소기업은행 등 정부 산하 기관들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어 공공기관에 가깝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 10년간 성장사다리펀드1를 운용해 온 것은 물론 산은, 기업은행 등 기관들과 활발한 협력을 해온 덕분에 다른 자산운용사들과는 경험 측면에서 비교가 불가능하다.
또 신한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도 마지막까지 전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성장금융과 비교해 모펀드 운용 경험을 많지 않지만, 빠른 의사결정과 확장성 등 민간이 가진 강점을 적극적으로 내세울 계획이다. 또 이번 사업 자체가 그동안 별도의 심사 없이 성장금융에 맡겼던 성장사다리펀드 운용 기회를 민간에도 주자는 취지가 담겨있기 때문에, 마지막 반전이 있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두 곳 모두 산은의 재정모펀드를 운용한 경험이 있는 만큼, 전문성 측면에서도 성장금융과 비교해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산은 관계자는 "10년 전 성장사다리펀드 출범 때와 시장 상황이 많이 변했다"며 "변화된 시장 상황을 반영한 운용 전략을 제시하는 곳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