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부터 황정민까지, 현대사 인물 연기의 정점을 찍은 배우들이 올겨울 극장가를 찾아온다. 영화 '서울의 봄'에 출연한 배우 정우성은 전작 '아수라'에 이어 '서울의 봄'에서 다시금 호흡을 맞춘 황정민에 대해 언급했다.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에 출연한 배우 정우성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 군사 반란이 발생한 그날의 기록을 담은 작품이다. 정우성은 작품 속에서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정우성은 전두광으로 변신한 황정민의 파격적인 비주얼을 처음 봤던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렇게 어울린다고?'라고 생각했다. 분장을 넘어서는 캐릭터가 나왔다. 이 기운을 어떻게 감당하지 하고 부러웠다. 이태신도 흰머리를 붙이고 했지만 분장과 의상이 주는 기운이 있다.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는 커다란 장치인데 그 앞에서 나는 발가벗고 있는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압도적인 황정민의 파격 변신에 정우성은 이태신을 연기하는 것에 대한 큰 부담감을 느꼈다. 그는 "전두광은 감정에 충실하고 표현이 자극적이다. 연기할 때 불같이 뿜어내겠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감당할지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되돌아봤다.
전작 '아수라'의 중심에 있는 악인 박성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황정민은 '서울의 봄'에서도 군사 반란을 지휘하는 전두광 역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두 작품 모두에서 황정민과 호흡을 맞췄던 정우성은 두 인물을 비교하며 "'아수라'의 박성배는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고 '서울의 봄'의 전두광은 설득력이 있다. 둘 다 개인적인 감정에 충실한데 전두광은 설득력까지 가지고 있으니 더 무서운 사람이다. 인간의 욕구를 자극하는 요소를 가지고 있는 사람 같다. 사람의 약점을 잘 아는 사람이다"라고 설명했다.
정우성은 전두광과 이태신 사이의 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두 인물은) 대척점에 있다. 다른 고민과 세계관이고 우리는 다른 임무를 연기했다고 생각한다. 전두광은 감정의 폭주를 하는 대상이고 이태신으로서 차분함을 유지하며 대하고 싶었다. 전두광과 붙는 신이 별로 없기 때문에 전두광의 연기를 눈앞에서 볼 기회는 별로 없었다. 일부러 전두광 패거리들 연기할 때 가서 많이 봤다. 어떤 작품보다도 많이 배웠다. 전략적으로 개선을 하려고 간 것이 아니라 전두광이 어떻게 표현되는지 막연하게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우성은 황정민의 연기를 극찬하며 연신 "부럽다"는 이야기를 아끼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혹시 전두광 연기를 본인이 했다면 어떨 것 같냐"고 묻자 그는 "상상하기 힘들다. 해본 적이 없다. 감정적인 폭주, 이런 표현을 서툴기 때문에 했다면 아직 다른 전두광이 나왔을 것이다. 찾아가야 할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답했다.
한편, 황정민과 정우성의 치열한 감정 신이 돋보이는 '서울의 봄'은 전국 극장 상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