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왼쪽) 국민의힘 혁신위원장과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제10차 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강연 정치’로 중도 보수 지대 확장을 위한 포석을 깔고 있다. 김기현 대표가 구상한 ‘슈퍼 빅텐트론’을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실행하는 방식으로 상호 간 사실상의 역할 분담이 이뤄지고 있다.
혁신위는 23일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를 초청해 ‘과학기술 인재 육성과 정치 혁신’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에 이어 혁신위의 회의에 참석한 두 번째 야권 인사다. 두 사람은 김 대표가 ‘슈퍼 빅텐트론’을 내세운 뒤 핵심 영입 대상으로 꼽히는 인물들이다.
양 대표는 이날 강연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관련 입장을 묻는 질문에 “가치와 비전을 두고 창당한 상황에서 합당을 이야기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면서도 “어떤 가치와 비전을 가졌는지에 따라 어떤 세력과도 토론할 수 있고, 정책 연대라든지 모든 것을 열어놓고 있다”며 기존보다 다소 전향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양 대표가 국민의힘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여당 지지층의 외연을 넓히는 데 집중해온 인 위원장의 행보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 차원에서 험지 출마를 요청했던 당 지도부 및 영남권 중진 일부의 반발에 부딪혀 위기를 겪기도 했으나 외연 확대를 통해 입지를 다시 강화하고 있다. 특히 당내 ‘스트롱맨’으로 평가받는 인사들과의 회동을 통해 지도부를 비롯한 영남권 중진, 친윤(친윤석열) 의원들의 ‘거취’를 압박하는 중이다. 당 지도부와 중진들은 아직은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인 위원장의 혁신안에 대한 당 안팎의 지지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이르면 12월 중에는 어떤 식으로든 거취에 대한 결단 사례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앞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험지 출마를 예고한 것도 인 위원장의 입지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차원에서 인 위원장은 이날 여당 소속 김태흠 충남도지사도 만났다.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지금처럼 당 중진들이나 이런 분들이 혁신위 이야기를 적극 받아들이지 않고 시간을 끈다면 위원장님이 논개처럼 다 끌어안아버리라”며 “그분들의 지금까지의 행태를 보면 정기국회 끝나면 스스로 그만둘 사람들 아니니까 강하게 하라”고 혁신위에 힘을 실어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