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불법 촬영 범죄가 6000건에 달하는 가운데 불법 촬영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5명 중 3명이 동일 범죄를 저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법원이 여전히 가해자의 시각에서 감형에만 치우치는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불법 촬영 범죄의 근절을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불법 촬영 범죄 발생 건수는 2020년 5032건, 2021년 6212건, 2022년 6865건으로 최근 2년 새 약 36% 늘었다. 같은 기간 검거 건수도 2020년 4744건에서 2022년 5702건으로 증가했다. 법무부가 발간한 ‘2023 성범죄 백서’를 보면 성범죄 신상 정보 등록 대상자들의 불법 촬영 범죄 유죄판결 수도 2013년 412건에서 2021년 2113건으로 5.1배 급증했다.
실제 서울 강남 일대 숙박업소·공공장소 등에서 여성 190여 명을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이 지난달 구속 송치됐다. 축구 국가대표 황의조 씨도 불법 촬영 혐의로 피의자로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처럼 불법 촬영 범죄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지만 법원 판단은 솜방망이 처벌 관행에 머물러 있다. 대한범죄학회 학술지 한국범죄학에 실린 논문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 형의 종류(형종) 결정의 영향 요인’에 따르면 최근 3년(2020년 3월~2023년 2월) 불법 촬영 범죄 피고인에게 유죄가 선고된 1심 판결 중 징역형 집행유예가 308건(61.2%)으로 가장 많았다. 벌금형이 120건(23.9%), 징역형이 75건(14.9%)으로 그 뒤를 이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불법 촬영 범죄는 다른 성범죄에 비해 은밀하게 범행이 이뤄지기 때문에 자신의 범죄가 적발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다”면서 “불법 촬영 기기를 적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한편 관용 없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집행유예 선고 형량을 보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22.1%)’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20.2%)’이 많았다. 벌금형이 선고된 사건에서는 벌금 500만 원(33.4%)이 가장 많았고 징역형 선고는 징역 8개월(29.4%)과 징역 1년(25.4%)이 다수였다. 이는 불법 촬영 범죄를 징역 7년 이하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는 성폭력처벌법의 법정형보다 훨씬 못 미치는 것이다. 경찰대 범죄학과 박사과정에 있는 안재경 씨는 해당 논문을 통해 “법원은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의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 자체와는 본질적으로 관련성이 떨어지는 피해자 수, 가해자의 동종 전과 여부, 범행 장소 등과 같은 요인들을 보다 주요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불법 촬영 범죄의 경우 재범 경향성이 두드러지기에 적극적인 처벌과 방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강하게 나온다. 성범죄 백서에 따르면 성범죄 신상 정보 등록 대상자 가운데 동일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비율은 불법 촬영이 64.1%로 가장 높았다. 이는 강제추행 (61.2%), 공중밀집장소추행(57.9%) 보다 높은 수치다. 장윤미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법원이 불법 촬영 재범을 저질렀을 시 페널티를 준다는 강한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