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이나 케타민도 판매 가능합니다. 미리 말만 하면 돼요.”
21일 오후 11시. 기자가 태국 파타야의 워킹스트리트에 들어서자마자 한 대마 판매상이 옆으로 다가와 속삭였다. 썩은 풀을 찧은 듯한 지독한 대마 냄새가 진동했다. 주변 대마 판매상들도 다가왔다. 한 판매상은 “한국인과 거래를 하는 친구(마약상)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변에 대마에 취한 여행객들이 머리를 젖힌 채 널브러져 있었다. 고작 150m 정도 떨어진 곳에 모여 있는 태국 경찰들이 무색했다. 거리 전체가 대마 모양의 초록색 조명으로 가득했다.
태국은 2018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대마 합법화 정책을 단행했다. 이후 태국발 마약 밀수는 한국 등으로 빠르게 펴지면서 또 다른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 필로폰 등 합법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마약이 거래되는 상황에 대해 태국마약청(ONCB)은 태국에서 검거된 한국인 마약사범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현지법으로 처벌하고 있다.
이날 방콕 ONCB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한 프린 메카난다 수사국장은 “태국 정부는 다른 국가의 범죄자를 대하는 데 있어 어떠한 차이도 두지 않는다”며 “한국인 마약사범이 태국에서 체포될 경우 법적으로 적어도 수십 년의 징역형, 최대 사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국민과 동일하게 밀수 시도 여부, 미성년자 대상 판매 여부, 유통 마약 규모 등만 양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20대 한국인 남성이 태국 공항에서 마약 전달책으로 붙잡혀 20년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특히 메카난다 국장은 “마약사범으로 적발되는 경우 원칙적으로 한국으로 송환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마약과 관련해 한국보다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은 태국에서 재판을 받게 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태국에서 송환된 마약 범죄자는 2019년 5명, 2020년 8명, 2021년 2명, 2022년 1명, 올해 들어 9월까지 5명으로 최근 5년간 수치를 모두 합쳐도 21명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태국에서 송환된 범죄자 총인원(175명)의 12% 수준이다.
메카난다 국장은 “태국인이든 한국인이든 텔레그램 등으로 모집된 일반인 마약 운반책에 대해서도 강력한 처벌이 내려질 것”이라며 “마약범죄 척결을 위해 한국 당국과도 적극적으로 공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