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살인마를 내 택시에 태웠다…티빙 '운수 오진 날'

한정된 공간 안 스릴러로 몰입감 높여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운수 오진 날'. 사진 제공=티빙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운수 오진 날'. 사진 제공=티빙




“새침하게 흐린 품이 눈이 올 듯하더니 눈은 아니 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이었다.” 현진건의 단편 소설 ‘운수 좋은 날’의 첫 문장이다. 주인공이자 인력거꾼인 ‘김첨지’는 이날 따라 유난히도 손님을 많이 태워 운수가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날도 잠시, 설렁탕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간 김첨지는 인생 최악의 날을 맞이하게 된다.



24일 공개되는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운수 오진 날’은 제목부터 현진건의 소설을 패러디한 작품이다. 네이버웹툰에서 연재한 아포리아 작가의 작품을 원작으로, 살인마 ‘금혁수(유연석 분)’를 택시에 태운 택시 기사 ‘오택(이성민 분)’의 ‘운수 오진’ 하루를 담았다.

사람이 좋아 사기를 당하고 돈을 잃은 오택은 이 때문에 아내와도 이혼하고 자식들과도 자주 만나지 못하는 신세다. 그나마 택시 기사로 일하면서 손님을 목적지까지 태우는 것이 그의 유일한 낙이다. 돼지꿈을 꾼 데다 손님을 여럿 태워 기분이 좋던 어느 날, 오택은 수상쩍은 손님 금혁수를 우연히 맞이하게 된다. 금혁수는 오택이 마음에 들었다면서 택시비 100만 원으로 항구 묵포까지 자신을 데려다줄 것을 부탁한다.

동료 기사는 “사람은 안 하던 짓을 하면 탈 난다”는 말로 오택을 만류한다. 이미 오택의 근무 시간은 끝난 상황이었기 때문. 그러나 100만 원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오택은 금혁수와의 위험한 동행을 시작한다.



‘운수 오진 날’은 택시라는 좁은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심리극을 긴장감 넘치게 구현한 시리즈다. 평범한 소시민인 오택이 금혁수의 지난 이야기를 들으면서 점차 공포감을 느끼게 되는 과정은 시청자의 심리를 대변한다. 건실해보이는 청년인 금혁수가 사람을 즐겨 죽이는 살인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일터이자 편안한 공간이었던 택시 안은 순식간에 지옥도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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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을 맡은 필감성 감독은 지난 16일 제작발표회에서 “로드무비와 스릴러 장르가 결합돼 있다는 점이 도전이자 힘든 부분이었다”면서 “택시라는 공간 자체가 좁고 잘 알고 있는 공간이다. 과장된 앵글이 나올 경우 사실적인 이야기와 이질감이 들 우려가 있었다. 사실적으로 보이면서 다채롭게 긴장감 유지하는 것이 큰 숙제였다”고 밝혔다.

“해답은 배우에게 있었다”는 필 감독의 말처럼, 배우들의 열연이 눈에 띈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회장 ‘진양철’로 대중들의 뇌리에 각인된 바 있는 배우 이성민은 이번 작품에서 택시 기사 역할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유연석이 맡은 금혁수는 표현하기 어려운 캐릭터다. 통증을 느끼지 못하고, 일그러진 자의식 속에서 살인을 거리낌 없이 저지르는 악역인 탓이다. 유연석은 “이렇게 악랄한 캐릭터는 처음이라 다가가는 데 쉽지 않았다”면서 “실제 사이코패스들의 인터뷰나 다큐멘터리를 많이 보면서 힌트를 얻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원작에 등장하지 않는 ‘황순규(이정은 분)’ 캐릭터도 추가됐다. 필 감독은 “금혁수의 희생자 유족이 나와 또다른 이야기의 주축이 돼서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황순규를 통해) 정반합을 일으키는 시너지 효과를 내고자 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금혁수를 좇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황순규의 절절한 모정(母情)도 지켜볼 만한 대목이다.

‘운수 오진 날’은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온 스크린’ 섹션에도 초청받았다.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특별 GV에서 이정은은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영화 ‘쓰리 빌보드’ 속 프란시스 맥도날드의 건조한 얼굴을 가져왔지만 행동적인 면에서 과격함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면서 “병행하던 작품에서 거친 부분들을 가져 오면 감독님이 감정의 소모 상태를 조절해주셨다”고 밝혔다.

작품은 24일 티빙에서 파트 1(1~6회)가 공개된다. 오는 27~28일에는 tvN에서도 3~4화가 공개될 예정이다. 10부작.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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