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에 있는 의회 의사당의 모습. AP연합뉴스최악의 미국 정치권 행태에 환멸을 느낀 하원의원들의 ‘은퇴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23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달 들어 민주·공화당에서 각각 6명씩 총 12명의 의원이 차기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는 월간 단위로는 2011년 이후 12년 만에 최대다.
올해 초반 하원의원직에서 은퇴한 사람은 대부분 상원의원에 도전하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 하지만 최근 몇 달간 은퇴 이유가 바뀌고 있다. 올 10월 케빈 매카시 당시 하원의장(공화당)이 해임되고 차기 의장을 뽑는 과정에서 내홍을 겪으면서 의원들의 회의감이 극에 달했다는 진단이다. 당시 공화당 의원들은 서로를 비방하는 것도 모자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반대파 의원들을 차단하기도 했다. 짐 조던 법사위원장이 의장 후보로 올랐을 때는 반대표를 던진 일부 의원들에게 살해 위협과 전화 공세가 쏟아지기도 했다.
최근 은퇴를 선언한 6선의 65세 하원의원 브래드 웬스트럽(공화당·오하이오)은 “제가 하원의원 일을 시작했을 때와는 환경이 다르다. 열심히 일을 하려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의원임에도 관객들에게) 공연을 하려는 사람들이 있고 직업 연출자보다 더 (화려한) 공연자가 되려는 사람들도 있다”고 꼬집었다. 내년 2월 초 하원을 떠나는 64세의 10선 의원 브라이언 히긴스(민주당·뉴욕)는 의회가 본업에 소홀하다고 지적하며 “생산성이 낮은 일을 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는 것은 내가 다음 10년 동안 하고 싶은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지지자들만을 생각하는 극단의 정치 행태도 의원직을 내던지는 이유다. 이달 1일 은퇴를 선언한 64세의 켄 벅 의원(공화당·콜로라도)은 “너무 많은 공화당 리더들이 미국인에게 2020년 대선은 가짜이며 1월 6일 의회에 난입한 폭도들은 단순히 의회에 가이드 없는 투어를 온 것일 뿐이라고 거짓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