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제네릭 약가 인하, 건보 재정 절감 미미… 오히려 해외 의존도 심화”

풍선효과로 다른 약품이 시장 대체

신약 개발 대신 오리지널 약품 판매

해외 원료의약품 의존도 10.5% ↑





정부가 최근 5년간 복제약(제네릭) 약가를 인하해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려했던 노력은 풍선효과 등으로 사실상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약가 인하 정책으로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에 소극적으로 대응했고 결과적으로 해외 의약품 원료 의존도만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27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제25호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2019년부터 적극적인 약가 인하 정책을 펼쳤음에도 연간 약품비는 19조 3000억 원에서 지난해 22조 9000억 원으로 늘었다. 정부는 ‘제1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에서 약가 인하로 건보 재정을 줄이고 해당 재원을 중증·희귀질환 신약에 활용하기로 했지만 사실상 실패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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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효과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가령 한 의약품의 급여재평가 결과 급여 삭제가 결정되돼도 적응증이 같은 다른 약품이 시장을 대체하면 재정이 절감되지 않기 때문이다. 제약사들의 행정소송으로 약가 인하 조치에 대한 집행정지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기준 재평가 결과를 충족하지 못한 품목의 약가는 인하되지만 청구 금액이 큰 품목은 대부분 기준을 충족해 재정 절감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협회는 복제약 약가 인하로 손실이 발생한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을 개발하는 대신 글로벌 제약사와 판매를 제휴하고 고가의 오리지널 약품 판매로 선회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상위 10개 제약사의 매출액 대비 상품 판매 비중은 2013년 35.3%에서 2021년 45.4%로 10.5%포인트 높아졌다. 제약사들이 약가 인하로 낮아진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해외 원료의약품에 의존하면서 자급률도 낮아졌다. 원료의약품 자급도는 2014년 31.8%에서 지난해 11.9%로 19.9%포인트 떨어졌다.

내년 시행이 유력한 해외약가 비교와 관련해 협회는 “비교 대상인 해외 국가와 단순히 경제력 수준이 유사할 뿐 사회·경제·문화·지리적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아 업계의 정책 수용성이 낮아진다”며 “참조 대상으로 선정된 국가 대부분이 자국 복제약 대신 해외 저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품으로 충당하고 있어 최근에는 잦은 품절과 불안정한 공급 이슈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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