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아, 진짜 밉상이네" 주호민 9세 아들 녹취파일 전체 공개…어떤 내용 담겼나

사진=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




웹툰 작가 주호민 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A씨의 녹취 파일이 27일 법정에서 공개됐다. 특수교사 측은 “훈육 차원에서 한 발언”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일반적인 지도 과정에서 갑자기 이런 발언이 나왔고, 피고인의 말투가 훈육성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날 오후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 심리로 진행된 특수교사 A씨의 아동학대 혐의 4차 공판에서는 재판부는 피고인이 지난해 9월 수업 시간에 주씨 아들 B군(9)에게 한 발언이 담긴 녹음 파일에 대한 증거 조사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재판부는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녹취파일 전체를 재생했다.

주씨 측은 지난해 아들에게 녹음기를 들려 학교에 보낸 뒤 녹음된 내용 등을 기반으로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2시간 30분 분량의 녹음파일엔 지난해 9월 13일 수업 시간에 A씨가 주씨의 아들 B군에게 한 발언이 그대로 담겼다.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진짜 밉상이네,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는 거야.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 싫어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말했다.

검찰은 A씨의 발언을 발달 장애인인 B군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라고 판단, 지난해 12월 27일 A씨를 재판에 넘겼다.

A씨의 변호인은 A씨가 한 발언의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부분 녹취 파일 재생이 아닌 전체가 재생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날 녹취록은 전체 4시간 분량 중 주군이 A씨에게 수업받을 때부터 귀가하기 전까지 2시간 30분가량이 공개됐다.



녹취록을 재생한 지 약 37분이 지나자 A씨는 B군에게 "아, 진짜 밉상이네.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 거야"라고 말했고, 뒤이어 "친구들한테 가고 싶어?"라는 자신의 질문에 B군이 "네"라고 답하자 "못가. 못 간다고. (책) 읽으라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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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녹취록 재생 약 2시간이 지난 시점에 B군이 교재에 적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를 읽자 "너야 너. 버릇이 고약하다. 널 얘기하는 거야"라며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했다.

검찰은 피고인의 이런 발언에 대해 "피해 아동이 완벽하게 발음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성실히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데 수업이랑 관련 없는 발언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 아동 입장에서는 교재를 잘 따라 읽고 있는데 선생님이 그렇게 말해서 당황스러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A씨의 변호인은 "친구들에게 못 간다고 한 부분은 피해 아동이 갑자기 '악악' 소리를 냈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돌발상황이 있어 선생님이 제재한 뒤 왜 (피해 아동이) 분리 조치된 건지 환기해 준 것"이라며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고 말한 것은 피해 아동이 과거 바지 내린 행동을 예로 들며 얘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이 '너 싫어'라고 말한 상황도 연음 이어 읽기를 가르치는데 아이가 잘못 계속 읽는 상황이었다"며 "피해 아동의 부모는 피고인이 아이를 향해 얘기한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혼잣말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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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판사는 이에 대해 "법리적인 것을 떠나서 듣는 부모 입장에서 속상할 만한 표현이 있긴 한 것 같다"며 "피고인이 악한 감정을 갖고 그런 표현을 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훈육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생각되니까 그런 게 발언한 취지로 알겠다"고 했다.

이날 법정 방청석은 취재진과 A씨의 동료 교사, 경기도교육청 관계자, 피해 부모 및 장애아동을 둔 부모들로 가득 찼다.

앞서 주씨는 지난해 아들 B군에게 녹음기를 들려 학교에 보낸 뒤 녹음된 내용을 수집해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했다. 검찰은 A씨의 발언이 B군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라 판단해 지난해 12월 A씨를 재판에 넘겼다.

한편 부모가 아들에게 녹음기를 들려 학교에 보냈다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논란이 확산되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무단 녹음을 증거로 인정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이 사건을 맡은 수원지법에 제출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녹취 내용이 법정에서 증거 자료로 채택될 경우 학교 현장에서 무단 녹음이 합법적으로 용인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초등교사노조도 “교육 활동을 위협하는 녹음 행위를 엄벌해달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올해 8월 1일 아동학대 신고로 직위해제된 A씨를 복직시켰다.

A씨의 다음 기일은 내달 18일이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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