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앞으로 2년이 탐사 마지노선"…관계개선 지렛대로 日과 협의

■석유공사, 물리탐사 로드맵 제출

2002년 유망구조 5곳 찾았지만

日측 "경제성 없다" 돌연 불참

올 양국관계 개선에 분위기 반전

탐사 규모도 이전보다 3배 늘려

"협정 종료 전 사실상 마지막 기회"





제주 남쪽에 위치한 대륙붕 ‘7광구’는 자원 빈국인 대한민국의 자원 부국을 향한 열망이 서려 있는 상징적 공간이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우드로윌슨센터는 2005년 7광구 내에 석유 1000억 배럴이 매장돼 있다고 추정했다. 당시 미국 매장량의 4.5배 규모라는 것이다. 물론 개발 비용을 웃도는 경제성이 보장돼야 하겠지만 매장량 추정만으로도 7광구에 대한 기대감을 유추할 수 있다.

한국석유공사가 양국 합의를 전제로 추가 정밀 물리탐사에 다시 나서려는 한일공동개발구역(JDZ)은 이러한 7광구뿐 아니라 4광구와 5광구 일부를 포함한다. 총면적만 8만 2557㎢에 달한다. ‘한일대륙붕공동개발협정’에 따라 1978년부터 2028년까지 50년간 양국 가운데 한 곳이라도 반대할 경우 개발은 물론 탐사조차 제한된다.



그간 JDZ에 대한 물리탐사는 크게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1979~1992년 2차원(2D) 물리탐사를 실시하고 구멍을 뚫어 석유와 가스를 퍼올리는 시추까지 감행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후 한동안 정체기를 지내오다 2001년 한일 양국 장관이 ‘공동 물리탐사 추진에 관한 공동성명서’를 채택하면서 2002년 한국석유공사와 일본석유공단이 공동으로 563㎢ 규모의 3차원(3D) 물리탐사를 처음 시도했다. 중국이 JDZ 인근에서 가스전 개발에 성공한 게 촉매제가 돼 보다 정밀한 탐사 필요성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었다. 당시 한국석유공사는 JDZ에 5개 유망 구조, 13개 잠재 구조, 상당량의 석유·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했다. 유망 구조는 석유 발견 전망이 유망한 해저지형을, 잠재 구조는 석유가 집적될 수 있는 조건들이 모두 존재하는 명확한 해저지형을 각각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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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양국이 공동 탐사에 재합의했지만 2005년 일본 측이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돌연 불참한 이래 공동 탐사는 파행을 반복해왔다. 특히 석유공사는 2009년 획득했던 9년짜리 JDZ 조광권을 한 번도 써보지 못한 채 빈손으로 반납해야 했다. 일본 측이 미온적 입장을 고수한 데다 양국 관계가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사이 재추진 동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석유공사는 2020년에도 JDZ 조광권을 재설정했으나 한일 무역 분쟁 탓에 수년째 진척이 없었다.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올 들어서다. 윤석열 대통령의 깜짝 방일을 계기로 정상화 궤도에 올라탄 한일 관계는 역대 최고조로 좋은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석유공사가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시피 내년을 1500㎢ 규모의 3D 물리탐사를 추진할 적기로 판단한 이유로 볼 수 있다. 내년에 공동 탐사에 착수한다면 2002년 이후 약 22년 만이다.

탐사 범위도 2002년 대비 3배로 확 넓어졌다. 해상 탐사선을 통해 이뤄지는 3D 물리탐사 비용은 대략 250억~38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3D 물리탐사 비용은 유가, 시장 상황, 작업 시기, 작업 구역, 탐사선 이동·철수 위치, 어민 보상 정도, 환율 등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탐해2호’가 퇴역하면서 당장 해저지형 파악이 가능한 3D 탄성파탐사 장비 등을 갖춘 해상 탐사선을 임대 형식으로 마련하는 게 시급한 과제다.

문제는 실현 여부다. 최근 한일 간 분위기가 괜찮기는 하지만 대륙붕협정 체결 당시와 달리 국제해양법이 일본에 유리한 방향으로 변경되고 있다는 불안감이 적지 않다. 가령 1982년 유엔국제해양법에 ‘배타적경제수역(EEZ)’이라는 개념이 도입되면서 대륙붕 소유권을 어느 나라와 연결됐는지 따지지 않고 양안 간 중간선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국제 판례들이 축적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본이 의도적으로 개발을 연기해 협정을 종결시키려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규택 계명문화대 교수는 “협정 종료(2028년 6월) 3년 전인 2025년 6월부터 한일 양국은 어느 쪽이든 조약 종료를 통보할 수 있다”며 “윤 대통령 임기 내에 협정 만료가 결정되기에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다. 윤 대통령은 외교력을 발휘해 한일 공동 탐사로 7광구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석유공사도 이런 이유로 JDZ 공동 탐사 계획을 정책 당국에 제출하면서도 실제 성사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정치권 역시 JDZ 공동 탐사를 위해 중지를 모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일각에서는 7광구 공동 개발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공개적으로 당당하게 요구할 필요성을 제기하지만 이보다는 정교한 접근이 실리적이라는 지적이다. 양희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정책연구소장은 “한일 간 외교적 현안도 다수 해결됐고 우리의 기술력도 올랐으니 석유공사가 JDZ 공동 탐사에 대한 준비가 됐다는 시그널을 보내 일본 측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며 “그간은 반응조차 없었던 일본이 어떠한 태도를 보일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종=유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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