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車 구동시스템 '120년 역사' 뒤집었다…현대차 신기술 살펴보니 [biz-플러스]

■세계 첫 신개념 '유니휠' 공개

전동화시대 '게임 체인저' 될 유니휠

감속기 등 휠 내부에 탑재

운전자 중심의 좌석 배치 탈피

'완전자율' 대비한 디자인 가능

노면 따라 바퀴 알아서 움직여

내구성 높이고 승차감도 개선

배터리 추가땐 100㎞ 더 주행





현대자동차·기아가 자동차 구동 시스템에 큰 변화를 가져올 ‘유니버설 휠 드라이브 시스템(유니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공개했다. 주요 구동 부품을 통합해 휠 내부에 넣고 부피가 큰 모터도 소형화한 방식이다. 구동 시스템이 차지하던 공간을 활용할 수 있어 새로운 실내 공간을 만들어내고 주행거리와 성능까지 향상시키는 효과가 기대된다.


기존 구동 시스템 구조 탈바꿈…휠에 기능 통합


현대차·기아는 28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유니휠 테크데이’를 열고 새로운 구조의 구동 시스템을 소개했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은 엔진과 변속기를 거친 동력이 드라이브 샤프트, 등속 조인트를 통해 바퀴로 전달된다. 전기차 역시 엔진과 변속기가 모터·감속기로 대체될 뿐 구동 전달 시스템은 동일하다.

유니휠은 기존 구동 시스템의 개념 자체를 뒤바꿨다. 전기차의 감속기와 드라이브 샤프트, 등속 조인트의 기능을 모두 휠 안에 넣고 부피가 큰 모터도 세분화해 각 휠 가까이에 위치시켰다. 구동 부품이 차지하던 바퀴 사이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어 공간 활용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목적기반차량(PBV) 등 고객 용도에 최적화한 모빌리티를 설계할 수 있다.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현대차·기아는 유니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종술 현대차·기아 선행기술원 수석연구위원은 “좌우 휠 사이에 상당히 큰 공간을 파워트레인이 차지해왔다”며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문제의식을 갖고 접근해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선보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유니휠을 실제 크기의 차체 하부에 장착한 모습. 사진 제공=현대차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유니휠을 실제 크기의 차체 하부에 장착한 모습. 사진 제공=현대차


실내 공간 넓히고 혁신적 설계 가능


대량 양산형 자동차가 등장한 190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구동 시스템은 동일한 작동 구조를 유지했다. 현대차·기아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유니버설 휠 드라이브 시스템(유니휠)은 120년 넘게 이어온 자동차 구동 시스템을 완전히 뒤바꿨다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가 실내 공간을 넓히고 주행 성능을 끌어올릴 혁신 기술을 개발해 특허까지 선점하며 전동화 시대에 게임체인저가 될 원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니휠 적용으로 기대되는 가장 큰 장점은 공간 활용의 혁신이다. 좌우 휠 사이에 위치하던 구동 시스템을 걷어내며 ‘손댈 수 없는 곳’으로 여겨지던 공간을 활용할 수 있어서다. 차체를 키우지 않더라도 실내 공간을 넓히는 작업이 가능해진다.



대부분의 전기차 배터리는 차체 바닥에 배치되기 때문에 차고를 높여 설계하거나 배터리 부피만큼 승객 공간이 축소되는 한계가 있지만 유니휠을 적용하면 승객의 탑승 공간 손실 또한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높은 공간 활용성과 저상화 설계가 필요한 목적기반차량(PBV)에 적용될 때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고객의 사용 목적에 따라 다양한 설계를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운전자를 중심으로 설계된 지금의 좌석 배치를 탈피해 완전자율주행 시대에 대비한 새로운 디자인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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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유니휠 전시물(왼쪽)의 모습. 사진 제공=현대차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유니휠 전시물(왼쪽)의 모습. 사진 제공=현대차


주행거리 늘리고 내구성·토크 강화 효과


주행 성능의 혁신 또한 기대된다. 새로 확보된 공간에 배터리를 추가로 탑재하면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아이오닉 5의 크기를 유지하면서도 주행거리를 기존보다 100㎞ 이상 늘려 대형 전기차와 유사한 성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여러 기어가 맞물린 유니휠의 구조적 특성상 내구성과 승차감도 개선이 가능하다. 유니휠은 중앙의 선 기어(Sun Gear)와 좌우 각 4개의 피니언 기어(Pinion Geer), 가장 바깥쪽의 링 기어(Ring Gear) 등으로 이뤄진 특수한 구조다. 모터가 만들어낸 동력이 선 기어로 전달되면 피니언 기어들이 맞물려 링 기어를 회전시키고 링 기어가 최종적으로 휠까지 동력을 전달하는 원리다.

기어들이 서로 연결된 까닭에 휠의 상하좌우 운동을 가능하게 하는 만큼 노면에 따라 바퀴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기존 등속 조인트가 적용된 드라이브 샤프트는 휠의 상하좌우 움직임에 따라 꺾이는 각도가 커질수록 동력 효율과 내구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유니휠은 휠의 어떤 움직임에도 동력을 거의 동일한 효율로 끊김 없이 전달할 수 있어 높은 내구성과 승차감 확보가 가능하다. 주행 상황에 따라 차고 조절이 가능한 전자식 에어 서스펜션과 결합되면 험로에서는 차고를 높여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고 고속 주행에서는 차고를 낮춰 전비와 고속 안정성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별도의 감속기를 두지 않고 모터에서 발생한 회전을 줄여 더 큰 힘을 낼 수 있는 것 역시 유니휠의 장점이다. 기존의 모터를 세분화해 각 휠 옆에 위치시켰지만 큰 감속비를 내도록 설계해 높은 토크를 구현할 수 있어서다. 휠의 회전축이 이동하는 유니휠의 특성상 계단을 에스컬레이터처럼 부드럽게 오르는 모빌리티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경철 현대차·기아 선행기술원 책임연구원은 “유니휠은 기어 조합에 따라 6~10까지 다양한 감속비를 만들 수 있다”며 “구동모터가 전달하는 것보다 6~10배 높은 토크를 휠에 전달할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박종술 현대차·기아 선행기술원 수석연구위원이 28일 '유니휠 테크데이'에서 기술의 콘셉트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공=현대차박종술 현대차·기아 선행기술원 수석연구위원이 28일 '유니휠 테크데이'에서 기술의 콘셉트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공=현대차


기가캐스팅 필적할 ‘게임체인저’ 기술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기가캐스팅이라는 혁신적인 제조 기술을 도입해 초기 전기차 경쟁에서 앞서간 것처럼 유니휠이 상용화하면 현대차그룹이 전동화 게임의 판 자체를 바꿔 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한다. 테슬라가 특허를 보유한 기가캐스팅은 작은 부품을 조립하는 대신 일체화된 차체를 한번에 찍어내는 방식이다. 생산 속도가 빠르고 비용이 적게 들어 테슬라의 전기차 시장 선점을 뒷받침했고 현대차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도 유사한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기가캐스팅이 제조 방법의 혁신이라면 유니휠은 설계의 혁신에 해당한다. 더 쉽고 간편하게 새로운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고 다양한 제품군을 단시간 내에 출시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4인치부터 25인치 이상의 휠에도 탑재할 수 있어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와 같은 친환경 차량은 물론 배송로봇이나 전동 휠체어 등의 소형 모빌리티에도 적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종술 수석연구위원은 “유니휠 양산까지는 아직 해결해야 할 기술적 장벽이 많지만 고객들이 모빌리티를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기술의 완성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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