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親)중국 성향의 대만 제1야당인 국민당이 야권 단일화에 실패한 후에도 제2야당 민중당과 연정 가능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는 민중당을 지지하는 젊은 층의 표심을 잡아 현재 지지율 1위인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총통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대만 중국시보에 따르면 전날 자오사오캉 국민당 부총통 후보는 “내년 총통 선거에서 승리하면 민중당 인물을 내각에 합류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젊은 유권자들이 민진당의 재집권을 막으려면 국민당을 지지해야 한다”며 “파트너인 허우유이 총통 후보도 이에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대만 야권이 추진해온 후보 단일화가 실패한 상황에서도 제1·2 야당의 연정 가능성을 시사해 민중당 지지 세력을 끌어안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여론 조사에 따르면 대만 20~30대 젊은층에서는 민중당 지지세가 높다. 대만 인터넷 매체 CNEWS후이류신문망이 27일 발표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진당의 라이칭더 총통·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가 지지율 36.8%로 1위를 기록했고 민중당 커원저 총통·우신잉 부총통 후보가 26.8%로 국민당 허우 총통·자오사오캉 부총통 후보(26.6)를 앞섰다. 국민당과 민중당은 앞서 각종 여론 조사 결과를 분석해 단일 후보를 선출하기로 합의했지만 오차범위 등 분석 방법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각자 후보 등록을 마쳤다.
한편 허우 후보는 1월 선거를 앞두고 당선 시 중국과 교류를 전면 활성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허우 후보는 27일 재계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만약 총통으로 당선된다면 존중과 선의를 전제로 양안(중국과 대만)의 대화와 교류를 전면 재개한다”며 “실실적인 협상을 통해 중국인의 대만 관광과 유학을 전면 개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양안 간 평화는 경제 발전의 근본”이라며 “당선 시 양안경제협력기본협정(ECFA) 논의를 다시 시작하고 대만 상인들의 이익을 보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 정부 아래 양안 관계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국 측은 대만과의 준 자유무역협정(FTA)인 ECFA를 파기할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이같은 발언에 민진당은 반발하고 나섰다. 민진당은 전날 당원대회를 개최하고 “대만에서 상당수의 중국인 유학생을 받아들이고 대만 취업을 허용하는 것은 대만 젊은 층에게 해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류스팡 민진당 사무총장은 “저임금·저숙련 중국인의 대만 취업을 허용하면 대만의 국제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즈하오 민진당 대변인 역시 “(허우 후보가) 중국 의존형 경제가 유일한 탈출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이는 10년 전 대만 국민이 거부한 정책을 재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