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이젠 질적 성장"…LG엔솔 신임 사령탑의 다짐 [biz-플러스]

■김동명 대표 오늘 취임

해외투자 등 기존 양적성장 기반

안정적 양산·수익 극대화 등 추진

전기차 판매 둔화 등 대응 과제로

LG에너지솔루션 출범 3년

2020년 연간매출액 12.4조서

2023년 3분기 누적 25.7조로





“기업공개(IPO)를 한 뒤 양적 성장을 많이 했고 사업 기반도 닦았습니다. 이제 질적 성장을 통해 경쟁사보다 압도적인 우위를 확보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을 새로 이끌게 된 김동명 대표가 지난달 30일 아침 출근길에 서울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해 회사 운영의 기조가 바뀔 것임을 밝혔다. 김 대표는 “어려운 시기에 일을 하게 돼 영광스럽고 어깨가 무겁다”면서도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질적 성장에 매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성장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만큼 제품 기술력 제고와 수익성 확대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질적 성장 집중…기술 고도화 최우선 과제


김 대표가 현 상황을 ‘어려운 시기’라고 진단할 정도로 배터리 업계의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다. 전기차 판매 수요가 둔화하며 미국 제너럴모터스(GM)·포드 등 주요 완성차 제조사는 전기차 투자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중국 닝더스다이(CATL) 등 경쟁사들은 낮은 가격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 격차를 좁히고 있다.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을 마주한 만큼 김 대표는 취임 이후 내실을 다지며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일에 매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권영수 부회장 체제에서 대규모 해외 사업장 투자, 고객사 확보 등 양적 성장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기반을 닦았다면 ‘김동명호(號)’는 차세대 기술 개발, 안정적인 양산과 공급, 수익성 극대화 등 질적 성장을 통해 도약을 준비한다는 구상이다.

질적 성장을 위해 기술 고도화로 압도적인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는 작업을 최우선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프리미엄 제품인 하이니켈 배터리의 니켈 비중을 기존 80%대에서 90% 이상으로 높여 에너지밀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성능의 차별화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도요타에 하이니켈 기반 파우치셀이 탑재된 모듈을 공급하기로 한 것처럼 프리미엄 전기차 관련 수주를 확대할 계획이다.

중저가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것도 급선무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고전압 미드 니켈, 망간 리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등이 대표적이다. 고전압 미드 니켈 배터리는 니켈과 코발트 함량을 낮춰 가격은 기존 대비 10% 저렴하지만 에너지밀도와 열 안전성을 끌어올린 제품이다. LFP 배터리의 양산 목표 시점은 2026년으로 잡았고 미국 애리조나에 설립할 46시리즈(지름이 46㎜인 원통형 배터리) 공장은 수요 확대에 대비해 생산능력을 기존 27GWh에서 36GWh로 확대할 계획도 세워놓았다.

LG에너지솔루션 오창공장에서 직원들이 롱-셀(Long Cell) 배터리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LG엔솔LG에너지솔루션 오창공장에서 직원들이 롱-셀(Long Cell) 배터리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LG엔솔


해외 공장 양산 안정화 필수



내년부터 본격 가동할 해외 생산라인을 안정적·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작업도 주요 과제다. 2024년 스텔란티스와 합작한 캐나다 공장을 시작으로 2025년에는 GM과 합작한 2·3공장, 혼다, 현대차(005380)와의 합작공장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양산을 시작한다. 고객사에 안정적으로 약속된 물량을 공급하기 위해 수율을 단시간에 끌어올리고 공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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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1998년 배터리연구센터로 입사해 연구개발(R&D), 생산, 상품 기획, 사업부장 등 배터리 사업 전반에 대해 다양한 경험을 확보한 전문가다. 특히 자동차전지사업부장을 맡으며 고객 수주를 늘리고 합작법인(JV)을 추진하는 성과를 거뒀다. 김 대표는 별도의 행사 없이 공식 임기를 시작한다. 그의 취임일은 LG에너지솔루션이 출범 3주년을 맞이한 날이기도 하다.



매출·생산력 2배 ‘껑충’…글로벌 배터리 선두 굳혀


출범 3주년(12월 1일)을 맞은 LG에너지솔루션은 매년 가파른 성장 흐름을 보이며 글로벌 배터리 시장 선두 지위를 유지해왔다. 실적 개선에 더해 생산 거점 및 기술 확보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양적·질적 성장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LG에너지솔루션은 1992년 국내 기업 최초로 차세대 전지 개발에 뛰어든 뒤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2020년 LG화학에서 분사했다. 2020년 당시 LG에너지솔루션은 매출액 12조 3720억 원, 영업손실 1667억 원을 각각 기록하며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그러나 이듬해인 2021년 매출액은 17조 8519억 원으로 1년 새 1.4배 넘는 성장을 이뤄냈다. 영업이익도 7684억 원을 기록해 흑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25조 5985억 원, 영업이익은 1조 2144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는데 올해 들어 3분기 만에 매출액 25조 7441억 원, 영업이익 1조 8250억 원으로 새 기록을 썼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25조 7441억 원)은 분사 원년인 2020년 연간 매출액(12조 3720억 원) 대비 2.1배 증가한 금액이다.



수주잔액 150조→500조…5대 제조사와 계약


생산능력도 껑충 뛰었다. 배터리의 연간 생산능력은 2020년 140GWh에서 올해 300GWh로 2배 넘게 커졌다. 고성능 전기차(1대당 80㎾h)를 370만 대 생산할 수 있는 용량이다. 2026년에는 550~570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를 위해 글로벌 생산 거점 구축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한국과 북미·유럽·중국·인도네시아 등 세계 각국에서 총 14곳의 공장을 운영 또는 건설하고 있다. 공장 중 일부는 현대차와 GM·혼다 등 고객사와 합작으로 세우며 파트너 관계를 다지고 있다. 수주 잔액은 2020년 150조 원에서 올해 10월 기준 500조 원 이상으로 뛰었다. 최근 일본 도요타와 60조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해 글로벌 5대 완성차 회사(도요타·폭스바겐·르노닛산·현대차·GM) 모두에 배터리를 공급하게 됐다.



유창욱 기자·노해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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