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여행이나 외국 정보를 습득하면서 우리 국민들이 거꾸로 우리의 것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인기를 끌고 30년을 이어올 수 있는 힘이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제 책이 더 이상 안 팔려도 좋아요. 저의 답사기를 밟고 올라서 각자가 ‘당신들의 답사기’를 쓰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유홍준(74) 명지대 석좌교수는 30일 서울 건설회관에서 출판사 창비 주최로 진행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출간 30주년 기념’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제1권이 1993년 5월 나왔으니 올해로 꼭 30주년이다. 그동안 국내편 12권. 일본편 5권, 중국편 3권 등 총 20권이 출간됐다.
유 교수의 답사기는 지난 30년 동안 500만 부 이상 팔렸다. 이는 우리나라 단일 시리즈 사상 최대의 판매고다. 인기의 비결에 대해서 유 교수는 “시대와 맞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화가 이뤄지고 국민들이 이제 정상적인 삶을 찾기 시작했을 때 이 책이 나왔어요.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도 도움이 됐지요. 서구의 것을 보고 그들로부터 질문도 받는 데 ‘나는 누구일까, 우리는 무엇을 갖고 있나’를 생각할 때 마침 책이 만난 거죠”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마이카 시대로 접어들면서 교육열 높은 우리 부모들이 무엇하나 더 보여주겠다는 욕심에 책을 읽게 된 것이 ‘유홍준 현상’을 부른 것입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답사기의 유래로 "1991년 당시 ‘사회평론’ 창간호에 써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동백꽃, 백파스님 그리고 동학군’이라는 글을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의 권유로 단행본으로 출간된 것이 시작”이라고 회고했다.
전체 이야기 중에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경주와 안동을 잘 썼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면서 “다만 제가 들은 최고의 칭찬은 친하신 분이 ‘감은사 편을 읽고 나니 감은사만 남고 내 머리 속에 너는 없어지더라’라는 말이었다”고 했다.
이미 30년이 됐지만 유 교수의 답사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유 교수는 최근 ‘국토박물관 순례’ 시리즈를 다시 시작했다. 전 5권을 목표로 최근 1·2권을 출간했다. 새 시리즈는 기존의 지역별에서 벗어나 유물을 통사적으로 바라본 것이 특징이다.
유 교수는 마지막 인사로 “디지털세대든, X세대든, MZ세대든 각자가 자신들의 답사기를 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최수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