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국내 은행의 대출 증가세가 7개월째 지속됐다.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신용대출은 줄었지만 주담대의 금리가 3%대로 내린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11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90조 3856억 원으로 10월(686조 119억 원) 대비 4조 3737억 원(0.64%) 늘었다. 이들 은행의 가계대출은 올해 5월 이후 7개월 연속 증가하는 추세다. 증가 폭 역시 올 9월 1조 5174억 원, 10월 3조 6825억 원 등 확대되는 모양새다.
가계대출의 증가세를 이끈 것은 주담대다.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등 정책자금 대출이 일부 중단됐지만 정부의 상생 금융 기조와 은행채 가격 안정세 등이 맞물리며 연 4%를 돌파했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3%대로 내린 영향이 컸다. 시중은행이 발행한 은행채 금리는 지난달 초까지 4%대를 유지해오다 지난달 말 3%대를 기록했다. 이에 5대 은행의 11월 주담대 잔액도 526조 2223억 원으로 전월(521조 2264억 원) 대비 5조 원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은 107조 7191억 원으로 전월 대비 2233억 원 줄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책금융상품의 판매 중단에도 지난달 주담대 금리가 두 달 만에 4% 밑으로 내려오는 등 수요가 유지된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 달 시중은행이 중도상환 수수료를 한시적으로 면제하면 가계대출 증가세도 다소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자금난으로 기업대출도 증가하는 추세다. 대기업 대출도 138조 3119억 원으로 전달(137조 3492억 원) 대비 9627억 원 증가했고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 역시 3조 6462억 원 늘어난 630조 6129억 원으로 집계됐다.
한편 금융 당국이 과도한 수신금리 경쟁을 자제하라고 주문하면서 총수신 규모 증가세는 한풀 꺾였다. 5대 은행의 11월 말 기준 총수신 규모는 1973조 9895억 원으로 전월 1969조 7187억 원보다 4조 2708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직전 10월 총수신 규모가 14조 원가량 증가한 것과는 대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