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이르면 4일 중폭 개각을 단행하는 것은 대내외 이슈로 어수선한 국정 분위기를 다잡고 민생 및 개혁 정책의 고삐를 다시 죄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또한 주요 스타 장관들의 출마길을 터줘 내년 총선에서 여당의 승리를 견인해 임기 중반 리더십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이번 중폭 개각의 특징은 정통 엘리트 관료 출신 중심으로 내각을 짜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은 주요 정치인 등으로 구성돼 국정과제 실행의 큰 그림을 그리고 당정 일체를 이루는 데 방점을 둬왔고 이후 점진적 부분 개각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뤄졌다. 반면 중폭 내각은 정부 부처의 조직을 장악할 수 있는 관료들을 대거 포진시켜 초대 내각이 그렸던 국정과제의 비전을 효율적이고 정교하게 실행하도록 하는 데 주안점이 맞춰진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더해 여성 인재를 중용하고 참신한 인물을 발탁한 점도 특징이다. 관료 출신이라 비교적 인사청문회도 쉽게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에는 대통령과 과거부터 인연이 있거나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어 ‘윤심’을 안고 국회와의 관계에서도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된 최상목 전 경제수석은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행시 29회다. 기재부를 대표하는 정통파 경제 관료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이달 예산안을 마무리하는 동안 인사청문회를 진행, 업무 공백을 없애겠다는 계획이다.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거론되는 박상우 전 LH 사장은 고려대 출신으로 행시 27회로 국토부 건설정책관·국토정책국장·주택토지실장·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오르내리는 송상근 전 차관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사 36회로 해운항만청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30년 가까이 해양과 수산 분야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금융위원장에 내정된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33회 행정고시에 합격, 기재부와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금융위 부위원장을 두루 거친 엘리트 경제 관료다.
여성 인재 등용에 나선 점도 눈에 띈다. 국가보훈부·농림축산식품부·중소벤처기업부 중 최소 2곳은 여성 국무위원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여성 국무위원이 최대 5명으로 늘 수도 있다. 기존에서는 3명(이영 중기부 장관·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한화진 환경부 장관)만 여성이었다.
출마 가능성이 있는 국무위원에게 적극적으로 길을 열어준 점도 눈에 띈다. 방문규 산업부 장관은 올해 9월 임명됐다. 하지만 여권 인사로부터 고향인 수원 출마를 강력하게 권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차관 중에서도 장미란 문체부 2차관은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오산에 출마하거나 비례대표로 나설 것으로 거론된다. 장 차관 자리에는 축구 국가대표 출신인 이영표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검증 절차를 밟은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 출마를 타진한 박성훈 해수부 차관 후임 등도 조만간 인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통령실의 비서관급 이하 참모진 개편도 조만간 완료될 예정이다. 새 대변인에는 김수경 통일비서관이, 국정상황실장에는 조상명 사회통합비서관이 4일부터 업무에 돌입한다. 홍보기획비서관에는 최재혁 전 제주MBC 사장이 임명돼 업무를 시작했다. 총선 출마를 위해 사직한 전희경 정무1비서관의 후임에는 차순오 국무조정실 정무실장이 조만간 투입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