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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한마리에 무너진 스텔스기 ‘굴욕’…“수리비만 1400억” 2년 만에 폐기처분[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330m 고도에서 비행하던 중 독수리

운용 2년만에 제 기능 못해 폐기처분

외국도 F-35의 조류 충돌 사고 ‘빈번’

공군 제17전투비행단 소속의 F-35A. 사진 제공=공군공군 제17전투비행단 소속의 F-35A. 사진 제공=공군




지난해 1월 독수리와 충돌해 기체가 손상된 5세대 최첨단 스텔스전투기 ‘F-35A’가 도입 2년 만에 결국 퇴역한다. 신규 구매 비용은1100억 원인데, 수리 비용이 1400억 원으로 더 많이 든다 걸로 추산됐기 때문이다. 공군에 도입된 것은 2020년으로, 운용 2년 만에 더는 제 기능을 못 하고 폐기처분 결정이 내려졌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우스갯소리가 현실이 된 것이다.



공군은 “최근 장비도태심의위원회를 열어 조류 충돌로 동체착륙해 기체가 손상된 F-35A 1대를 도태하기로 의결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공군 관계자는 “해당 항공기는 합동참모본부 심의와 국방부 승인을 거쳐 최종 도태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전투기는 지난해 1월 4일 청주기지를 이륙해 사격장 진입을 위해 약 330m 고도에서 비행하던 중 독수리와 충돌했다.

F-35A, 동체 착륙은 韓 공군이 처음


당시 왼쪽 공기흡입구로 빨려 들어간 독수리는 기체 격벽(차단벽)까지 뚫고 무장적재실로 들어가 이착륙 때 제동 역할을 하는 랜딩기어 작동 유압도관과 전원 공급 배선, 바퀴 등을 망가뜨렸다.

항공전자계통 이상으로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던 상황에서 조종사는 서해 해안선을 따라 공군 서산기지로 접근해 활주로에 비상 동체착륙했다. 조종사는 무사했다. 동체착륙은 바퀴를 펴지 않고 동체를 직접 활주로에 대 착륙하는 방식으로, 세계적으로 F-35A가 동체 착륙한 사례는 한국 공군이 처음이었다. 문제는 독수리 한 마리가 대당 가격이 1100억원대에 이르는 첨단 전투기를 무력화시킨 셈이다.

멸종위기에 있는 흰죽지수리. 사진 제공=한국조류보호협회 창원지회멸종위기에 있는 흰죽지수리. 사진 제공=한국조류보호협회 창원지회


사고 직후 활주로에 비상 동체착륙 항공기는 외관상 손상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군은 사고 후 미국 정부사업단, 기체 제작사인 록히드마틴 등과 함께 정밀 조사를 한 결과, 기골와, 엔진, 조종 및 항법계통 등 다수 부위에서 300여 점에 달하는 손상을 확인했다.

이에 미 정부사업단과 제작사인 록히드마틴 등과 함께 △항공기 수리복구 능력 △경제성 △안전성 △타국 사례 등을 검토했다. 결론은 복구 비용을 추산한 바 14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새로 구매하는 비용 약 1100억원 보다 300억 원이 많은 것이다.



게다가 수리에도 4년 이상 걸리고, 복구 후 안전성 검증 절차를 밟는 것도 쉽지 않아 도태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공군 소식통은 “국방부 승인 절차가 남았지만 이변이 없다면 공군 결정이 뒤집어 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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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35전투기 25대 추가 도입 승인


항공기 도태는 합동참모본부 심의와 국방부 승인을 거쳐 최종 결정된다. 도태 후엔 해당 기체를 정비사 훈련용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공군은 2019년부터 F-35A를 도입해 총 40대를 운영해왔다. 향후 우리 군은 F-35A 20대 가량을 추가 도입한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3월 제150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이 같이 결정했다. 지난 9월에는 미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은 한국 정부가 요청한 50억 6000만 달러(한화 약 6조 7000억 원) 상당의 F-35 전투기와 관련 장비 구매를 잠정 승인했다. 한국정부의 구매 패키지에는 F-35 전투기 최대 25대와 엔진, 전자전 장비, 군수·기술 지원 등이 포함돼 있다.

공군의 F-35A 5세대 스텔스 전투기가 이륙하는 모습. 사진 제공=공군공군의 F-35A 5세대 스텔스 전투기가 이륙하는 모습. 사진 제공=공군


항공기들이 비행 중 새와 충돌하는 사고는 종종 발생한다. 일명 조류 충돌, ‘버드 스트라이크’(bird-strike)는 종종 발생해 공군 기지와 민간 공항은 조류 충돌 사고를 막기 위한 조류 퇴치 전담팀을 운영할 정도다. 항공기와 조류 충돌은 통상 외부 손상, 엔진 고장, 항전장비 셧다운 등의 큰 문제을 일으켜 추락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한다.

해외에서도 F-35스텔스기 조류 충돌 사례는 빈번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2018년 8월 22일 미국 플로리다의 에글린 공군 기지에서 미 공군 F-35A의 조류 충돌 사고가 발생했다. 부대 측은 당시 “철저한 조사 결과 전투기 손상도 없었고 조종사도 무사하다”고 밝혔다. 당시 조류 충돌을 보도한 외신 기사들은 “에글린 기지에서 F-35의 조류 충돌 사고는 또 있었다”는 주장을 소개하기도 했다. 한 대든 두 대든 플로리다에서 벌어진 F-35A의 조류 충돌이 빈번한 것이다.

지난 2019년 5월 7일 일본 이와쿠니에서 미 해병대의 F-35B가 새와 부딪혔다. 속도가 높지 않은 이륙 중 발생한 사고다. 다만 이륙도 정상적으로 했고 착륙도 안전했다. 조종사와 항전장비 모두 이상 없었다. 전투기는 다소 손상을 입어서 피해 규모는 대략 200만 달러 선으로 추정됐다.

국내에서도 최근 조류 충돌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9월 21일 우리 공군의 제20전투비행단 소속 KF-16C 전투기 1대가 임무 수행을 위해 충남 서산기지를 이륙하던 중 기지 내에서 추락했다. 전투기에 타고 있던 조종사 1명은 비상 탈출해 인명 피해는 없었다.

군은 사고 직후 공군참모차장(중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비행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대책본부는 조류가 항공기 엔진 흡입기에 빨려들어가는 조류 충돌에 따른 사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조류 충돌로 새가 엔진 안으로 빨려들어가면 추력을 잃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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