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가 국민투표까지 진행하며 인근의 천연자원 부국 ‘가이아나’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대선을 앞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라는 해석이 우세하지만, 100년 역사의 영유권 갈등이 심화하며 중남미 지역의 긴장도 고조되는 모습이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국민투표에서 95% 이상의 응답자가 과야나 에세키바 주를 신설하고 해당 지역 주민에게 베네수엘라 시민권을 부여하는 데 찬성했다고 밝혔다. 과야나 에세키바는 가이아나 중동부의 6개 행정구역을 통칭하는 용어다. 15만 9500㎢ 크기로 가이아나 전체 면적의 70%에 해당한다. 이 지역과 인근 해저에는 석유, 금, 다이아몬드 등의 천연자원이 다량 매장돼 있다.
베네수엘라는 이 지역에 대해 100여년 전부터 영유권을 주장해 왔다. 과야나 에세키바의 국경은 영국이 가이아나를 식민 지배하던 1899년에 그어졌다. 당시 국제사법재판소(ICJ)도 해당 영토의 영국 관할권을 인정했다. 하지만 가이아나가 1966년 영국에서 독립한 만큼, 국경 협상을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 베네수엘라의 논리다. 베네수엘라는 양국 간 협의로 영토 분쟁을 해결하라는 1996년 제네바 협약을 근거로 들고 있다.
실제로 이번 국민투표에서는 1899년 중재판정을 거부하느냐는 문항에 97.83%가 ‘거부’, 1966년 제네바 협약에 98.11%가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대중의 권리는 신성하다”며 “국가원수로서 나는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선관위가 전날 투표 시간을 2시간 연장한 것 등을 감안하면 투표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로이터통신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법적인 구속력이 없는 이번 투표를 강행한 데 대해 “마두로 대통령이 내년 3선 도전을 앞두고 지지도 상승을 노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이아나 정부는 무력 충돌 가능성도 열어두며 경계를 놓지 않고 있다. 모하메드 이르판 알리 가이아나 대통령은 전날 수도 조지타운에서 열린 군중 집회에 참석해 “우리는 절대 짓밟히지 않을 것이며, 법에서 허용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방심하지 않고 국경을 방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라트 자그데오 부통령도 “마두로 대통령은 (우리에게) 침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방심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