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또 터진 두 번째 ‘요소 대란’을 맞아 정부가 내놓은 대책의 핵심은 요소 공급선을 다변화한 기업에 지원금을 제공하는 것이다. 요소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면 기업으로 하여금 공급선을 다원화할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도 검토 단계다. 여기에 기업이 중국에서 들여오는 비용과 타국에서 들여오는 비용 간 차액 지급 규모, 예산 마련 등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어 솔루션 마련은 쉽지 않다. 근본 대책이라는 국내 생산은 환경 규제를 두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엇박자 등의 문제로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태다. 2년 전에는 제로였던 비축 물량이 3개월 이상 확보돼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시장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이유다.
6일 정부 대책을 보면 재탕삼탕이라는 표현이 빈말이 아니다. 일단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사태가 정치적 의도가 깔렸던 2021년 수출통제와는 사정이 다르다는 데 설명을 집중했다. 그러면서 차량용 요소의 비축 물량을 보면 민간이 당초 3개월분에서 3.7개월 정도 늘어나 있는 상태고 공공 비축 물량도 현재 6000톤(1개월분)에서 1만 2000톤(2개월분)으로 늘려 나갈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수급 상황 모니터링 강화, 차주 단체와 주유소 등을 상대로 1회 구매 수량 한도를 설정하는 등의 약방의 감초 같은 대책도 빼놓지 않았다.
그나마 눈에 띈 것은 차량용 요소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기업에 지원금을 준다는 내용 정도다. 앞으로 중국발 수입 차질이 상당 기간 지속돼 긴급하게 제3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경우 국내 업체가 베트남 등 다른 국가에서 수입하는 데 소요되는 추가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요소 공급선을 다변화한 기업에 지원금을 주는 대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요소의 중국 의존도가 다시 높아진 데에는 기업 입장에서 공급선을 다변화할 만한 가격적인 유인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배경이 작용했다. 베트남·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등 다른 국가에서도 요소를 수입할 수 있지만 중국산 요소가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이 우수해 기업들이 다시 중국산 요소 수입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원상복귀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2년 전 요소 품귀 사태 발생 후 중국산 요소 수입액은 이전 90%에서 70% 선까지 떨어졌지만 중국 수출이 재개되자 마치 용수철처럼 91%(올 6월 기준)로 튀어 올랐다. 산업부 관계자는 “올해 11월 기준 중국산 요소가 톤당 400달러 정도면 동남아산 요소는 450달러, 일본산 요소는 460달러 수준”이라며 “앞으로 기업 지원 비율 등은 논의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자원 무기화 움직임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찌감치 공급선 다변화 대책을 준비해 놓지 않은 정부를 질타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 교수는 “특정국 의존도가 70% 이상인 자원에 대해서는 전략적 원자재로 잡아 정부가 관리에 나섰어야 했다”며 “기업과 정부가 투트랙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2년 전 요소 대란이 터졌음에도 기업에만 맡겨 놓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게다가 이번에도 근본 대책은 빠졌다. 우리나라는 요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환경오염 물질에 대한 규제로 인해 국내 생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강 교수는 “일본은 요소 수급을 위해 민간과 정부가 투트랙으로 나서 상당 비율을 자체적으로 수급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요소를 생산하기 위한 정책을 펴야 하는데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환경 규제를 이유로 허가가 나오지 않고 있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내 생산을 늘리는 게 근본적인 대책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여러 전제가 필요하다”며 “생산성이 맞지 않아 매년 보조금을 지급하는 게 어떤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대책은 차량용 요소를 위주로 이뤄졌지만 비료용 요소 수급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중국은 아직 비료용 요소에 대해서는 수출을 통제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진짜 문제는 비료용 요소”라며 “차량용 요소의 경우 산업용 요소를 전용할 수 있지만 비료용 요소는 전용 자체가 안 된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미국과 일본 등 우방국을 수입선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은 거리가 멀어 운송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일본은 자체 국내 수요가 타이트해서 우리나라가 대량으로 수입해오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