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에는 국산화된 어뢰가 있다. 어뢰는 바닷속 잠수함은 물론 해상 함정까지 빠른 속도로 은밀하게 접근해 타격하는 일명 ‘킬러’, 존재 같은 수중 유도무기다.
수중 유도무기는 잠수함·함정·항공기등의 플랫폼에서 발사된 후 수중에서 유도돼 적 함정과 잠수함을 공격하는 방식이다. 딸서 기뢰 자체에 이동 능력이 있는 자항기뢰·자항식 기만기처럼 일부 특수 무기체계를 빼면 통상 수중 유도무기는 어뢰(Torpedo)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어뢰는 수상함을 공격하기 위한 중어뢰와 잠수함을 공격하기 위한 경어뢰로 나뉜다. 대형 탄두를 장착한 중어뢰는 함정을 파괴하거나 잠수함 공격용으로 사용된다. 물론 작은 타격으로도 선체에 심각한 손상을 받기 때문에 잠수함 공격용으로는 소형 탄두를 장착한 경어뢰를 주로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경어뢰는 무게의 이점 덕분에 함정뿐만 아니라 대잠헬기, 대잠초계기 등에도 탑재해 운용하는 게 가능하다.
국산화된 경어뢰 K735(청상어)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로 개발한 수중 유도무기체계다.
KT75 경어뢰(일명 ‘상어’) 어뢰 개발 출발점
청상어는 빔 조향기술을 적용한 능동형 소나(SONAR)로 적 잠수함을 탐지 추적한다. 1.5m의 철판을 관통할 수 있는 지향성 탄두를 탑재해 이중선체의 잠수함을 타격하는 것이 가능하다. 길이 2.7m, 무게 280㎏에 달한다. 어뢰에서 직접 음파를 쏘아 목표물을 탐지·추적해 공격하는 방식이다.
청상어는 구축함 등 수상함과 대잠 헬리콥터, 해상초계기(P-3C)에서 발사가 가능한다. 무게가 가벼운 덕분이다. ‘간담을 서늘케 한다’는 어뢰(torpedo)의 어원적 의미가 담겼다. 수적으로 위협인 북한 해군의 잠수함 전력을 억제할 수 있는 핵심 무기체계다.
우리나라의 어뢰 개발 역사는 1974년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중심으로 미국제 MK44 경어뢰를 모방 개발한 KT75 경어뢰 (일명 ‘상어’)시제가 출발점이다.
이후 1980년대 말에는 심해용 Mk-44 어뢰를 우리나라 천해(淺海)에 적합한 경어뢰 K744로 개조·개선한 바 있다. 청상어는 중어뢰 ‘백상어’에 대한 연구개발이 한창이던 1993년부터 2년간 탐색개발을 수행한 1995년 8월부터 본격 개발에 들어갔다.
청상어는 체계개발에 따른 시제품으로 2004년 6월까지 탐지-추적-유도-조종-추진 등의 성능시험을 50여 회에 걸쳐 수행하며 검증했다. 특히 2004년 7월 해군 주관으로 운용시험에서 우수한 성능과 구축함 등 발사 플랫폼과의 연동성이 입증됐다. 예들 들어 수상함 3회, P-3C 4회, 링스헬기 1회 등 8차례의 발사시험에서 목표물을 100% 명중시켰다. 결국 2004년에 미국·영국 등에 이어 세계 7번째로 K745 경어뢰(청상어)를 독자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청상어 독자 개발 성공 어뢰 개발에 착수한 지 40년밖에 안 되는 짧은 기간 경어뢰 모방 개발에서부터 독자 개발 국가로 도약했다는 의미가 있다. K744 경어뢰와 비교하면 어뢰 핵심 체계인 ‘음향탐지부’를 국산화해 87.5%라는 국산화율을 달성했다. 항공기에서 투하해 입수할 때 받는 입수 충격 관련 시험방안 기술까지 성공하면서 청상어는 함정은 물론 항공기에도 배치돼 대잠수함전에서 가장 유용한 무기체계로 꼽힌다.
빔 조향기술을 적용한 능동형 소나의 탐지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중선체를 파괴할 수 있는 지향성 탄두는 1.5m의 철판을 관통하고, 고밀도 알루미늄 산화은 전지는 세계에서 2번째로 개발된 핵심 부품이다.
백상어(K731)는 설계부터 시험평가까지 국내 기술진의 힘으로 1998년 개발에 성공한 국산 중어뢰(Heavy Weight Torpedo)다. 백상어 개발로 우리나라는 미국과 영국, 독일 등에 이어 세계 여덟 번째로 어뢰 독자 개발국 반열에 올라서는 성과를 거뒀다.
백상어는 잠수함에 탑재된다. 적의 함정 및 수중전력을 공격하는 중어뢰로서 전기추진에 의해 작동된다. 잠수함에서 발사한 뒤에는 함에서 목표물을 계속 추적·유도할 필요가 없다. 스스로 목표물을 찾아가 호밍 타격하는 발사 후 망각형(fire and forget)의 유도방식을 적용된 덕분이다. 파괴력은 TNT 200kg 이하인 하픈의 두 배에 가까운 370kg에 달한다. 국산화율은 설계기술에서 전자제어 기술, 탐지기술, 고성능 모터생산기술 등 대부분을 국내에서 개발해 94.3%에 달한다.
중어뢰는 대체로 직경이 533mm이지만 백상어의 직경은 483mm다. 이 때문에 소형 잠수함(정)에서도 운용할 수 있다. 길이 6m, 중량 1,100kg에 달한다.
‘백상어’의 연구개발은 1990년 시작했다. 해군의 소형 잠수함인 ‘돌고래’ 국내 개발에 이어 독일 209급 잠수함의 확보 계획에 따라 해군이 중어뢰 국내개발을 제기해서다. 당시 해군에서는 미국의 Mk 37 중어뢰를 확보하고 있었지만, 미국은 판매불가 통보를 보내왔다. 이를 계기로 국방과학연구소는 Mk 37의 성능을 기본 요구성능으로 중어뢰 연구개발에 본격 나섰다.
백상어의 개념 설계 과정에서 최우선 목표는 군 요구 사양을 분석하고 기본적인 제원 설계를 위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의 개발, 기본설계 및 상세설계를 위한 프로그램의 개발이다. 이 같은 소프트웨어 개발을 통해 획득한 기술을 바탕으로 가상현실 속 실시간 육상 실험이 가능한 HILS(Hardware In the Loop Simulation) 시스템을 개발했다.
특히 유도무기 개발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필수적인 성능검증 시스템인 HILS 시스템을 이용한 가상 발사를 수없이 많이 수행해 설계 제작 과정에서의 오류를 확인·수정했다. 덕분에 발사에 따르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결국 1993년 9월 21일 실시한 최초의 해상발사시험에서 HILS 시스템을 이용한 가상발사시험과 유사한 결과를 얻어내는 성과를 올렸다.
209급 잠수함의 전투체계인 독일의 ISUS-83 시스템에 백상어를 연동시키는 문제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1998년 초에 잠수함 이종무함과 돌고래를 이용한 백상어의 운용시험(발사시험)이 성공하면서 한국 최초의 독자적인 어뢰 개발에 성공하는 쾌거를 거뒀다. 이에 한국은 어뢰 개발 가능성 검토 후 25년 만에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선진국에 이어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어뢰 독자개발 국가의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그러나 실전배치 후 백상어는 해군에서 실시한 실탄사격훈련에서 크나큰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2003년 8월 동해 해역에서 실시된 퇴역 함정을 표적함으로 한 사격훈련에서 표적함 전방 약 200m에서 조기 폭발하는 등의 불명중 사태가 발생했다.
어뢰 연구팀은 근접자기센서의 수면감지에 의한 오폭발 가능성으로 진단했다. 연구팀은 해군의 지원을 받아 백상어가 수면 근처로 주행할 때 근접신관의 작동이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지 분석하고, 이 경우 어느 정도 보완해야 하는지에 대해 검토했다. 9개월에 걸쳐 분석과 실험 끝에 수면 근처에서의 백상어 주행 로직(logic)을 미세하게 조정하고 근접신관의 작동 범위를 조절해 해결책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