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국 교육지원청에 퇴직 경찰·교사로 구성된 ‘학교폭력(학폭) 전담 조사관’ 약 2700명을 배치해 일선 교사들이 담당하던 학폭 사안조사 업무를 전담시키기로 했다. 교사들이 학폭 사안조사 과정에서 학부모들의 악성민원과 협박 등으로 고통받는 일이 잇따르자 내놓은 조치다. 또한 학교전담경찰관(SPO)에 대해서도 학폭 전담 조사관과 협력하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의무 참여하는 등 역할을 강화시키기 위해 정원을 100여 명 늘리기로 했다.
교육부와 행정안전부, 경찰청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 브리핑을 열고 이러한 내용의 ‘학교폭력 사안처리 제도 개선 및 SPO 역할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학폭 사안조사는 교사가 아닌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이 전적으로 담당하게 된다. 조사관은 학폭과 생활지도, 수사·조사 경력 등이 있는 퇴직 경찰 또는 퇴직 교원 등이 맡게 되며 △학폭 사안조사 △전담기구 및 학교폭력 사례회의에서 사안조사 결과 보고 △학교전담경찰관과의 정보 공유 및 사안조사에 대한 의견 교류 등 역할을 수행한다. 조사관은 위촉직 형태로 고용되며 2022년 기준 6만2052건의 학폭 건수를 고려해 전체 약 2700여 명, 전국 177개 교육지원청마다 약 15명씩 배치될 예정이다.
해당 제도가 도입으로 앞으로는 학폭 사안이 발생하게 되면 가장 먼저 전담 조사관이 사안 조사를 실시한다. 이후 학교에서는 조사관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학교장 자체해결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와 피해 학생 측의 동의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요건을 충족할 경우 자체적으로 사안을 종결하고 피·가해학생 간의 관계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피해학생 측이 자체해결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교육지원청 학교폭력제로센터에서 신설되는 ‘학교폭력 사례회의(가칭)’를 통해 조사관의 조사 결과를 검토한 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직접 심의를 요청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조사관이 사안조사를 전담하게 되면, 학교와 교사는 학교장 자체해결 등 교육적인 기능과 피해자 긴급조치, 피해학생 면담 및 지원, 피·가해학생 간 관계개선 및 회복 등 피해자 보호와 교육적 조치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담 조사관 제도가 도입되면서 SPO 역시 업무가 추가되는 등 역할이 커진다. 신설되는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과 관내 학교폭력 사건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등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학교폭력 사례회의에 참석해 조사관의 조사 결과에 대해 보완할 부분이 없는지 자문역할을 한다. 또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의무적으로 위촉돼 심의의 전문성과 객관성을 제고한다.
SPO는 역할 강화에 따라 현재 정원 1022명의 10%에 해당하는 105명을 증원, 총 1127명 규모로 운영된다. 예산지원과 포상확대 등 다양한 사기진작 방안을 추진해 우수 인력을 배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전담경찰관 운영성과를 바탕으로 추가 증원 필요성 등에 대해 관계부처와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전문성·공정성 강화를 위해 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위원으로 학교전담경찰관을 의무적으로 위촉하고 법률전문가의 비중을 늘린다. 또한, 학교폭력 사례회의가 분석·체계화한 여러 학교폭력 사례를 활용해 심의의 객관적 기준도 정립한다.
이번 방안은 교사들이 학폭 사안조사를 직접 담당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학부모의 악성민원과 협박 등 수업권·생활지도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앞서 지난 10월 6일 ‘대통령-현장교원 간담회’에서도 교사들은 학교폭력 업무의 외부 이관을 요청했고, 이에 대통령은 교육부, 경찰청 등 관계기관 간 협의를 통해 학교폭력 처리 절차 개선 및 SPO 역할 강화 방안을 지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