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국내에 조성되는 ‘글로벌혁신특구’에 참여한다. 특구에 입주한 국내 기업들이 개발한 인공지능(AI) 서비스의 글로벌 진출을 도울 계획이다. 이미 암(ARM) 등 여러 글로벌 기업들이 협력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MS까지 가세해 글로벌혁신특구의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MS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이달 중 지정할 글로벌혁신특구에 입주하는 국내 AI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AI 서비스 규제에 나서는 가운데 MS는 국내 AI 관련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할 때 법률 자문을 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으로 AI 서비스의 해외 진출이 까다로워지는 추세”라며 “국내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글로벌 규제 흐름에 대응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MS의 참여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혁신특구는 중기부가 올 5월부터 추진 중인 역점 사업으로 국내 최초의 전면적 네거티브 규제 지역이다. 특구 내에서는 일부 명시적인 제한·금지 사항 외에는 모든 종류의 시험 분석, 인증 획득, 성능 평가 등 실증이 허용된다. 중기부는 당초 10월까지 수도권을 제외한 광역자치단체 중 2~3곳을 글로벌혁신특구로 지정할 계획이었지만 지자체 수요가 몰려드는 점을 감안해 올해 말까지 에너지·모빌리티·AI데이터·바이오 등 4개 분야에서 4곳을 선정하기로 했다. 이 분야들은 규제가 까다로워 국내에서 실증 등을 통한 기술 개발이나 상용화가 어려운 대표적인 영역로 꼽힌다.
글로벌혁신특구에서는 다양한 기술을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는 만큼 프랑스 로레알그룹, 세계 1위의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 ARM, 글로벌 산업 인증 기업 UL솔루션 등 글로벌 기업과 기관들이 이미 협업 의사를 나타낸 바 있다.
빅테크·빅파마와 기술협력…AI·바이오 등 '글로벌 혁신특구' 4곳 이달 선정
마이크로소프트(MS)·로레알그룹·암(ARM)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연이어 국내 글로벌 혁신특구에 참여하고 있다. 글로벌 수준의 기술 역량을 갖춘 국내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에너지, 모빌리티, 인공지능(AI)·데이터, 바이오 등 4개 특구를 지정하고 앞으로 10곳까지 추가 지정할 계획이다. 글로벌 혁신특구가 안착하면 국경을 뛰어넘는 연구개발(R&D), 인수합병(M&A)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기업 총집결…오픈 이노베이션 기대=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에 공식적으로 글로벌 혁신특구 참여 의사를 밝힌 글로벌 기업은 MS·로레알그룹·ARM·UL솔루션 등 4곳이다. 이외에도 일본 최대 민간 신약 개발 클러스터 ‘쇼난 헬스 이노베이션 파크’, 프랑스 최대 화장품 개발 클러스터 ‘코스메틱 밸리’ 등 해외 기관들도 공동 R&D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MS는 국내 AI 개발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할 때 법률·규제 관련 자문을 도맡을 계획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규제 흐름을 단일 기업이 따라가기 힘든 만큼 MS가 주요국의 AI 법률·규제 관련 조언을 해준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미국에서는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AI는 개발 과정을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하고 개인정보 관련 데이터 수집도 까다로워진다. G7(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도 AI 규제를 위한 세계 최초 국제 행동 강령에 합의했다. MS 관계자는 “한국의 뛰어난 AI 기업들과 협력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논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반도체 설계자산(IP) 1위 기업 ARM은 국내 모빌리티·AI·로봇 분야 벤처·스타트업과 공동 R&D에 나서고 투자도 추진한다. 특히 모빌리티 분야에서 최근 급성장하면서 확장성이 큰 분야로 평가받는 소프트웨어중심차(SDV) 분야에서 국내 글로벌 혁신특구 참여 기업들과의 협력을 모색한다.
로레알그룹은 국내 화장품, 뷰티 디바이스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은 기술 공유 등을 통해 국내 기업을 잠재적 고객으로 확보하거나 M&A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 산업 분야의 오픈 이노베이션도 대폭 강화된다. 글로벌 혁신 특구에 입주하는 국내 바이오 기업은 일본 가나가와현에 조성된 바이오 클러스터 ‘쇼난 헬스 이노베이션 파크’에서도 자유롭게 실증을 할 수 있게 된다. 이곳은 세계 10위권 제약사 일본 다케다제약이 주축이 돼 조성한 바이오 클러스터다. 국내에는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들이 많지만 실제로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빅파마는 없다. 반면 일본에는 글로벌 빅파마가 있지만 초기 후보 물질을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은 부족하다. 한국과 일본 제약·바이오 기업들 간 활발한 오픈 이노베이션이 기대되는 이유다.
◇에너지·모빌리티·바이오 등 연내 4곳 특구 지정= 글로벌 혁신특구의 가장 큰 특징은 일부 제한·금지 사항 외에 모든 실증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규제 프리존’으로 구성해 새로운 기술들을 시험하고 검증하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게 된다. 정부는 현재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광역 지방자치단체가 운영 중인 규제자유특구를 확대·개편하는 방식으로 이달 27일까지 4개 분야(에너지, 모빌리티, AI·데이터, 바이오)의 글로벌 혁신특구를 지정할 계획이다.
전국 지자체는 특구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 투자 유치에 따른 고용 창출과 세수 확보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올 9월 중기부가 사업 공고를 낸 후 지원 대상이 아닌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전국 광역 지자체가 모두 응모했다. 한 지자체는 내부에 민간 전문가를 포함해 20여 명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꾸려 응모 전략을 세우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지자체는 중기부에 특구 지정을 열 차례 넘게 요청했을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중기부는 지난달 말 참여 의지를 밝힌 지자체에 대한 서류 평가를 통해 부산·대구·대전·울산·강원·전남·경북·충북 등 8곳을 후보로 압축했다. 당초 연내에 2곳을 선정할 예정이었지만 지자체 수요가 워낙 커 4곳을 지정할 방침이다. 중기부는 이를 위해 현재 기획재정부·국회와 예산 관련 협의를 하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이 글로벌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다양한 다국적 기업들이 특구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며 “예산 관련 협의를 마무리해 연내 4곳을 1차적으로 지정하고 2027년까지 10곳의 특구를 지정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