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34)가 6일(현지 시간)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23년 올해의 인물’이 됐다. 연예인이 자신의 본업으로 타임 ‘올해의 인물’에 선정된 것은 지난 96년 역사상 최초다. 연예계 인물의 단독 수상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타임은 “2023년은 스위프트의 해였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타임은 “스위프트는 빛과 어둠으로 양분된 세계의 경계를 넘어 빛의 원천이 되는 방법을 찾았다”며 “오늘날 지구상에서 그토록 많은 사람을 감동시킨 사람은 없다”고 했다. 그리고 이어 “그는 10년 이상 계속 인기가 상승해왔지만 올해는 특히 예술과 상업적 측면에서 핵융합과 같은 에너지를 분출한 해”라며 “그는 세대교체의 상징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스위프트의 수상은 연예계 인사가 자신의 본업으로, 심지어 단독으로 선정된 드문 사례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받는다. 타임은 1927년부터 올해의 인물을 뽑고 있으며 보통 한 해 동안 정치·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을 선정해왔다. 주로 정치인이나 업계 거물 등 전통적인 권력을 쥔 남성들이 주로 선택된 셈이다. 실제 지난해 올해의 인물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었으며 올해도 전 세계에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을 일으킨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인 샘 올트먼과 5월 대관식을 치른 찰스 3세 영국 국왕 등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또 연예계 인사 중에서도 아일랜드 록밴드 U2의 리더 보노가 2005년 올해의 인물로 뽑힌 적은 있지만 본업이 아닌 빈곤 자선단체를 이끈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었다. 스위프트 역시 2017년 배우 애슐리 저드 등과 함께 ‘미투(Me Too) 운동’을 촉발한 ‘침묵을 깬 사람들’ 중 한 명으로 선정된 바 있다. 당시는 본업과 무관한 수상이었지만 이번에는 자신의 실력으로 올해의 인물이 된 셈이다. 타임은 스위프트에 대해 “예술 분야에서 성공을 인정받은 첫 번째 올해의 인물이 됐다”며 “지난 50년간 단독으로 선정된 올해의 인물로는 스위프트가 네 번째”라고 전했다.
스위프트를 올해의 인물로 만든 사건은 올해 북미에서 시작해 기록적인 흥행을 써내려가고 있는 월드 투어 ‘디 에라스 투어’를 꼽을 수 있다. 스위프트의 공연은 언제나 관객들로 가득 찼고 팬들의 열광을 불렀다. 심지어 올 7월 미국 시애틀 공연은 모여든 7만 관객의 움직임이 지진계에 잡힐 정도인 규모 2.3도의 진동을 만들어낼 정도였다. 스위프트가 가는 곳마다 따라가는 팬들도 많았는데 그 결과 그의 공연이 열리는 지역은 식당·호텔의 매출이 껑충 뛰는 등 경제가 활성화돼 ‘스위프트노믹스’라는 신조어마저 탄생시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위프트는 올 3월부터 8월 초까지 티켓 판매로만 약 1조 원의 수익을 창출했으며 올해 열린 53회의 미국 내 공연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에 43억 달러(약 5조 6424억 원)를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스위프트는 단순히 매회 공연을 매진시키는 팝스타를 넘어 연예 산업의 시스템을 새로 쓰고 있는 인물로도 주목받고 있다. 그는 자신의 실황 공연을 담은 다큐멘터리 ‘테일러 스위프트: 디 에라스 투어’의 배급 계약을 AMC와 직접 맺고 가격을 책정하는 일도 도맡았다. 자신의 스토리를 곡으로 풀어내는 싱어송라이터일 뿐 아니라 자신의 콘텐츠의 제작과 유통까지 관리하고 있는 셈이다. 현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200’ 톱10에 총 5개의 앨범을 동시에 올리는 등 음악적 성과에서도 압도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런 그의 행보를 두고 미국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 등 주요 대학은 스위프트의 이름을 내건 경제·문화·심리학 강의를 개설하기도 했다.
타임은 “스위프트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이유에 대해 의문이 든다면 떠올려보라. 올해 그에 대해 얼마나 많은 대화를 나누고 얼마나 많은 사진을 보았으며 식료품점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그의 노래를 얼마나 흥얼거렸는지”라고 썼다. 한편 타임의 표지 인물을 장식한 스위프트의 사진 3장과 관련 기사는 온라인을 통해 볼 수 있다. 타임 최신호는 다음 주부터 가판대에서 판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