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빈대 공포'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와 그리스에서 고령자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빈대 사기'가 기승을 부린 것으로 나타났다.
8일(현지시간) AFP, AP 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경찰은 전날 빈대 공포심을 이용해 노인들에게 필요하지도 않은 빈대 퇴치 서비스를 판매한 일당 두 명을 사기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동부에서 사기를 친 두 남성은 주로 90세 이상의 여성에게 전화를 걸어 이웃에 빈대가 출몰했다고 속였다.
이들은 보건당국 직원으로 위장해 피해자들의 집을 찾아간 뒤 분무기를 뿌려 빈대 예방 조치를 하는 척했고, 벌레가 사람 피부에 닿지 않게 해준다는 연고도 제공했다. 이 연고는 유칼립투스 향이 나는 시중의 크림에 불과했다.
이들은 한번 방문할 때마다 300∼2천100 유로(약 42만원∼296만원)를 청구했고, 비용을 신용카드로 결제하게 했다.
경찰은 사기 의심 신고 9건을 접수해 수사에 나섰고, 최소 48명이 사기를 당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용의자 신원을 파악한 후 스트라스부르 지역에서 빈대 방제 사기를 친 후 피해자 집을 떠나던 용의자를 체포했다.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가짜로 '빈대 위기'를 만들어 단기 임대 아파트에 머물던 외국인 관광객들을 쫓아내려는 사기 행각이 드러났다.
그리스 보건부는 지난 5일 성명을 통해 보건당국이 빈대 감염을 이유로 게스트하우스 이용자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는 내용을 담은 포스터들은 "완전히 가짜"라고 밝혔다.
아테네 도심 지역 아파트 외부 벽면에 붙어 있는 이들 포스터는 '친애하는 방문객'에게 "보건당국이 그리스의 영구적인 세입자의 공중 보건을 보호하기 위해 사적인 게스트하우스에 대해 대피 명령을 내렸다"라고 밝히는 내용이 들어있다.
포스터는 숙소를 떠나지 않으면 500유로(약 7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고 협박했고, 그리스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는 인사도 남겼다.
포스터는 철자가 틀린 영어로 작성됐고, 위조된 그리스 보건부 및 아테네 지방정부의 로고가 찍혀 있었다.
보건부는 공중 보건과 관련해서 "누구도 대중을 공포에 떨게 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면서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아테네 등 그리스의 유명 관광지는 외국인 관광객을 고객으로 하는 단기 임대 아파트의 급증으로 인한 주택 부족, 임대료 상승 문제를 겪고 있는데 가짜 포스터 사건도 현지의 주택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