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디젤이 떠난 '1톤 트럭' 시장…'소상공인의 발'은 바로 나! [Car톡]

내년부터 대기관리권역법 시행

디젤 소형 택배화물차 등록 금지

1톤 트럭 시장도 친환경차 시대

20년 만에 재등장한 'LPG 트럭'

디젤 잠식한 '전기트럭'과 맞짱

현대차는 지난달 22일 LPG모델을 단종한지 20년만에 LPG 트럭 ‘포터 II’를 새롭게 선보였다. 사진제공=현대차현대차는 지난달 22일 LPG모델을 단종한지 20년만에 LPG 트럭 ‘포터 II’를 새롭게 선보였다. 사진제공=현대차




‘소상공인의 발’ 1톤 트럭 시장에서 디젤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액화석유가스(LPG) 트럭과 전기(EV)트럭이 새로운 왕좌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1톤 트럭의 대표 모델인 현대차(005380) 포터와 기아(000270) 봉고가 내년부터 시행되는 개정 대기관리권역법에 맞춰 주력 차종을 디젤에서 LPG·전기로 바꾸고 있어서다. 겉모습은 같지만 ‘차량의 심장’이 서로 달라 장단점이 뚜렷한 만큼 앞으로 전개될 경쟁 구도에 관심이 쏠린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 개정 대기관리권역법이 시행됨에 따라 디젤 1톤 트럭이 단종된다. 이 법은 디젤차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 물질로부터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수송용 연료의 대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세계적 흐름에 따라 디젤차의 신규 등록을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내년부터 소형 택배화물차와 어린이 통학차의 경우 LPG와 전기 등 친환경차만 신규 등록이 허용된다. 연간 약 15만대씩 팔리는 1톤 트럭 주력 차종이 디젤연료 기반에서 친환경 연료 기반으로 바뀌는 것이다.

기아도 LPG 2.5 터보엔진을 탑재한 봉고 1톤 모델과 1.2톤 모델을 출시했다. 사진제공=기아기아도 LPG 2.5 터보엔진을 탑재한 봉고 1톤 모델과 1.2톤 모델을 출시했다. 사진제공=기아


일단 초반 분위기는 LPG 트럭이 좋다. 포터와 봉고 LPG 모델이 출시 일주일 만에 합산계약 대수가 3만대를 돌파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현대차는 지난달 22일 LPG 2.5 터보엔진을 탑재한 1톤 트럭 ‘2024 포터 2’ 모델을 내놨다. 현대차가 LPG 연료 기반의 포터 모델을 내놓은 것은 수요 부진을 이유로 2003년 단종한 지 20년 만이다. 기아도 LPG 엔진을 탑재한 ‘봉고3’ 1톤트럭을 새로 출시했고, LPG모델이 생산되지 않았던 1.2톤 트럭도 LPG로 변경하고 자동변속기를 확대 적용했다. 대한LPG협회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아직 차량 출고 전이지만 출시 이후 일주일 간 계약 대수는 포터 2만5180대, 봉고 5517대로 총 3만697대에 이른다.

대한LPG협회 관계자는 “친환경 차량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디젤 엔진보다 높아진 출력, 저렴한 연료비, LPG 엔진 차량의 정숙한 승차감 등이 판매 계약 대수 급증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새로 개발된 LPG 2.5 터보 엔진은 터보차저를 적용해 저속에서의 토크를 개선하고 디젤 엔진 대비 출력을 24마력 높여 최고 출력 159마력의 우수한 동력성능을 제공한다. 봉고와 기아 두 모델 모두 이 엔진을 탑재했다. 신형 LPG 트럭은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대폭 줄여 정부로부터 친환경성을 인정받았다.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등 각종 오염물질 배출 기준을 만족해야 하는 3종 저공해 자동차 인증을 획득했다. 북미의 엄격한 배출가스 규제인 SULEV30도 만족했다. 현대차는 LPG 트럭이 10만대 판매되면 연간 1만km 주행 시 매년 온실가스 배출량 1.6만톤, 질소산화물(NOx) 106만톤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유류비의 경우 1년 동안 고객이 월 2000km를 주행한다고 가정(LPG 970원, 경유 1600원 기준)할 시 디젤 모델 대비 약 80만원 정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운행하던 디젤차를 폐차하고 LPG트럭을 신규 구입하면 최대 900만원의 보조금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LPG 화물차 신차구입 지원사업’을 통해 신차구입 보조금 100만원과 경유차 조기폐차 지원금을 최대 800만원 지원한다. LPG 트럭을 비롯한 3종 저공해차량에 전국 공영주차장(30~50%)과 공항 주차장(20~30%) 이용료 할인 혜택도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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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포터 EV는 전기차 수요 둔화로 주요 전기차 모델의 판매량이 급감하는 가운데서도 높은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다. 사진제공=현대차현대차 포터 EV는 전기차 수요 둔화로 주요 전기차 모델의 판매량이 급감하는 가운데서도 높은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다. 사진제공=현대차


하지만 전기트럭의 저력도 만만치 않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아이오닉5·EV6 등 현대차·기아의 주력 라인업이 판매 감소를 겪고 있지만 1톤 전기 트럭만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계 기준으로 현대차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는 판매량이 각각 40.7%, 11.1% 줄었고, 기아 EV6도 30% 감소했다. 니로 EV도 21.4% 감소했다.

반면 포터·봉고 EV는 순항하고 잇다. 포터EV는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2만5404대 팔리며 지난해 판매량(2만418대)를 이미 뛰어 넘었다. 올해 전체 포터 판매량에서 포터EV가 차지하는 비중도 27.7%까지 치솟았다. 봉고 EV도 같은기간 1만4931대 팔렸다. 이달에 389대 이상 팔리면 지난해 판매량(1만5319대)을 넘어선다.

전기 트럭은 기존 디젤 트럭 대비 연간 연료비가 50% 수준에 불과한데다 공영 주차비 할인과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등이 제공된다. 차량 가격은 4000만원 중반대로 비싸지만 등록 단계에서 세제 혜택과 화물 전기차 보조금을 더하면 차량 실구매를 2900만원대까 낮출 수 있는 점 때문에 디젤 1톤 트럭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왔다.

기아의 봉고 LPG 터보 모델을 내부에 첨단 편의사양을 대거 탑재했다. 사진제공=기아기아의 봉고 LPG 터보 모델을 내부에 첨단 편의사양을 대거 탑재했다. 사진제공=기아


업계에서는 1톤 트럭 시장이 대기관리권역법 시행으로 내년부터 친환경 트럭 시대로 접어들면서 LPG와 전기 트럭이 대세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단 가격과 연료 충전 등 편의성 면에서는 LPG트럭이, 엔진 출력과 연료비 절감 측면에서는 전기 트럭이 상대적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LPG 트럭의 경우 포터가 2039만원~2260만원, 봉고가 1톤의 경우 1993만원 ~2275만원, 1.2톤은 2421만원 ~ 2,524만원이다. 기존 디젤차를 폐차하고 LPG 모델을 구매하면 최대 900만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어 실구매가는 더 낮아진다. 출고가 4500만원에 각종 보조금을 더하면 2700~2900만원에 구매할 수 있는 전기트럭보다 가격 면에선 앞선다. 충전 편의성도 LPG 트럭이 낮다.

하지만 과거 엔진 힘이 떨어져 LPG트럭을 꺼려했던 택배 차주들의 편견을 극복하는 것은 과제다. 택배 차량은 물건을 많이 싣고 언덕길이나 눈길과 같은 높은 엔진 출력이 필요한 구간을 지날 때가 많은데 LPG트럭은 디젤트럭에 비해 힘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전기트럭이 출시 되기 전 1톤 트럭 시장에서 LPG트럭이 디젤트럭에 완전히 시장을 내주고 사라진 이유다. 업게 관계자는 “전기 트럭은 주행거리가 짧고 충전이 불편한 것이 단점이지만 힘이 워낙 좋고 충전 인프라도 중장기적으로 나아질 것"이라며 “전기 트럭이 단기간에 1톤 트럭 시장에서 30%가까운 점유율을 달성한 저력을 무시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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