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근대화 작업인 메이지유신을 얘기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이 사츠마번(오늘날의 가고시마현)이다. 앙숙이던 사츠마번과 조슈번(야마구치현)이 1866년 맺은 동맹은 유신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바로 그 가고시마현의 중심에 자리 잡은 사츠마골프리조트를 한국 기업이 인수했다. 골프부킹플랫폼 엑스골프(XGOLF)를 운영하는 ㈜쇼골프다. 최근 만난 조성준 쇼골프 대표는 “페어웨이에 카트 진입도 가능한 곳이다. ‘한국 기업이 인수한 골프장에서 K팝 콘서트를 열면 어떨까’ ‘일본 지역민들도 어우러지는 축제로서 의미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골프 업계에서는 엔데믹과 함께 일본 골프장 인수 붐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해외 골프 여행 수요의 회복에 역대급 엔저가 뒤에서 밀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실제 ‘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쇼골프는 인수 추진 6개월 만인 최근 골프장을 포함한 토지 전체를 넘겨 받았다. 일본 100대 기업으로부터 복합골프리조트를 인수한 국내 최초 사례라는 의미가 있다. 현재 가격과 혜택별 세 가지 타입으로 나눠 창립 회원을 모집 중이다.
조 대표는 “국내의 높은 그린피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저항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봤고, 무엇보다 1960~70년대생들의 은퇴기 진입에 주목했다”며 “동남아시아는 다소 부담스럽고 접근성과 가격 등에서 여러모로 편한 일본을 선호할 것으로 봤다. 한일 관계도 결국 회복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운 좋게 모든 게 맞아 떨어졌다”고 했다.
미국에서 마케팅을 공부하고 2003년 인터넷예약서비스 사업으로 국내 골프 업계에 뛰어든 조 대표는 엑스골프를 회원 수 105만 규모로 키운 데 이어 신개념 연습장 브랜드인 쇼골프로 연타석 홈런을 쳤다. 3연타석 홈런에 도전하는 그는 20년 골프 사업 노하우를 해외 골프장 사업에 쏟아부을 작정이다.
사츠마골프리조트는 연중 온화한 기후로 겨울에는 따뜻하게, 여름에는 시원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가고시마공항에서 차로 35분 거리. 투어 대회를 여러 번 치러낸 18홀 코스와 70여 개 객실을 갖춘 리조트형 호텔 외에 천연온천, 실내·외 수영장, 천연잔디 축구장, 테니스장, 골프연습장 등 부대 시설도 다양하다. 정회원 혜택 중 국내 골프장 그린피 할인도 눈에 띈다.
조 대표는 “가족이 와서 부모님은 온천, 아이들은 수영, 부부는 골프를 각각 즐길 수 있다. 야외 요가 클래스도 운영할 것”이라며 “일본 내 골프장을 5개까지 인수하는 게 1차 목표다. 그래야 초기 회원에 대한 혜택을 늘리고 다양화할 수 있다. 기존 엑스골프·쇼골프 사업과 함께 시너지도 날 것 같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