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용 멸치의 어획량이 줄어들면서 가격도 높아졌다. 지구온난화로 남해안 수온이 상승하자 멸치의 천적인 정어리 떼가 늘어난 영향이다. 한 번에 대량을 구매하는 자영업자들 뿐 아니라 각 가정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8일 건멸치(중멸) 가격은 100g당 3037원으로 지난해 2608원 대비 16.5% 높게 형성됐다. 올 들어 매월 상승하기 시작해 상반기 이후에는 3000원선을 넘나들었다. 현재 한 대형마트에서의 가격은 평소보다 40%까지 올랐을 정도다.
이 같은 추세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몇년 새 국내 멸치 어획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어업생산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멸치 어획량은 2020년 21만6000t에서 지난해 13만2000t으로 급감했다. 올해도 9월까지 11만t에 그쳤다. 경남 지역을 비롯해 주산지인 남해안 일대의 조업량 타격이 특히 컸다.
전체적인 어획량이 줄어들고 있는 건 남해 수온이 상승하면서 급증한 정어리가 멸치를 잡아먹기 시작해서다. 올해는 태풍과 집중 호우로 인해 조업일수도 평소보다 떨어졌다. 멸치는 금어기가 끝나고 겨울로 진입하면서 크고 살이 오른 중멸과 대멸이 잡힌다. 지금은 이 주기가 깨져 국물용 멸치 감소세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로 수출하는 물량까지 늘며 국내에서 유통되는 멸치는 더 줄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해외 시장에서 비중이 큰 일본산 멸치 조업량이 먼저 나빠지면서 반사적으로 한국산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며 “국내 재고가 부족한 상황에서 최근 외식 물가가 상승해 집밥 수요가 높아지자 가격이 더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는 향후 시세가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안정적 물량을 확보하려는 분위기다. 주요 산지인 통영·여수·거제 지역의 납품업체를 추가로 발굴하고 있다.
소매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해양수산부와 함께 여는 수산대전 할인행사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해양수산부는 물가안정대응반을 구성해 주요 수산물 가격을 관리하고 있다. 7개 집중 관리 어종에는 멸치도 포함됐다.
또 다른 대형마트 관계자는 “당분간 어획량 회복이 어려워 시장에 공급되는 물량이 더 줄어들 전망”이라며 “시세가 최대 20%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