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은 “수신 경쟁 심해지면 안정성 저하…당국 자제 요청 효과적”

올해 상반기 예금 65% 비은행권 유입

금리 개입 비판한 금통위 반응과 괴리

서울의 한 은행 대출 창구 앞. 연합뉴스서울의 한 은행 대출 창구 앞. 연합뉴스




은행들이 수신 경쟁에 나서면서 예금금리가 빠르게 오를 경우 예금 이외 자금조달수단이 부족한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한국은행 분석이 나왔다. 올해 초 금융감독원의 수신 경쟁 자제 요청으로 시장금리가 떨어졌는데 이러한 대처가 안정성 관리 측면에선 효과적이었다는 진단이다. 다만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같은 조치가 통화정책 기조와 괴리를 보인다며 비판한 바 있다.



11일 한은 금융안정국이 작성한 ‘예금취급기관의 예금조달행태 변화 및 정책적 시사점’에 따르면 은행권의 예금금리 스프레드는 지난해 3분기 83bp(1bp는 0.01%포인트)로 2014년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비은행권이 예금금리 인상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4분기 142bp로 더욱 확대됐다. 예금금리 스프레드는 신규취급액 기준 가중평균 예금금리와 시장성 수신금리 간 차이를 말한다.

관련기사



특히 비은행권은 자금 확보를 위해 은행보다 더 큰 폭으로 예금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올해 상반기 예금의 64.9%가 상호금융이나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으로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비은행권의 전년 동기 대비 예금 증가 규모는 1분기 69조 1000억 원, 2분기 55조 6000억 원이다.

한은이 예금취급기관의 수신 경쟁과 재무 안정성 간 관계를 패널모형을 통해 분석한 결과 예금금리 스프레드가 확대돼 수신 경쟁이 심해질수록 수익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예대금리차 수준이 낮은 일부 예금취급기관은 총자산수익률 뿐만 아니라 자본 관련 지표 수준도 저하됐다. 단기간 과도한 예금금리 인상은 수신 안정성 저하, 대출금리 인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재무 안정성이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까진 연구되지 않았다.

한은은 은행 수신 경쟁이 촉발될 경우 예금 이외 대체 자금조달수단이 부족한 비은행권으로 수신 경쟁이 빠르게 전이되는 점을 고려해 평상시 은행권 예금만기 등 유동성 상황을 면밀하게 점검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유재원 한은 과장은 “금융당국이 수신경쟁 자제를 권고했는데 그런 노력은 매우 중요했었다고 생각한다”며 “그렇지 않았다면 예금금리가 더 오르면서 재무 안정성이 더 좋지 않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했다.

다만 이같은 결론은 그동안 한은 금통위에서 제기됐던 문제의식과 괴리가 있다. 당국의 개입으로 긴축 효과가 금통위가 의도한 대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7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거시건전성 정책뿐만 아니라 준재정정책(공기업 적자·은행채 발행 등), 창구지도 등 중앙은행이 통제할 수 없는 정책들이 통화정책 기조와 괴리를 보이면서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신뢰성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조지원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