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의협, ‘총파업’ 운운 말고 필수·지방의료 붕괴 해법 내놓아라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반발해 파업 등 강경 투쟁을 검토하고 있다. 의협은 11일부터 1주일간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하는 데 이어 17일에는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2020년 문재인 정부 시절 의대 증원 계획을 총파업으로 철회시켰던 것처럼 또다시 실력 행사를 예고한 셈이다.



의협이 총파업을 운운하는 것은 의료진 부족으로 병원을 찾아 헤매는 국민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기득권만 지키려는 이기적인 행태다. 최근 독감·폐렴이 유행하면서 소아과 병원에서는 새벽 3~4시쯤부터 대기표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오픈런’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서울대·세브란스·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은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 등 필수 의료 분야에서 내년 상반기 전공의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의사들이 근무를 꺼리는 지방 병원의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해 수도권으로 원정 진료를 받은 지방 환자는 70만 명에 이른다.

관련기사



갈수록 심해지는 필수·지방 의료 부족 사태를 해결하려면 우선 해외에 비해 적은 의사 수부터 대폭 늘려야 한다. 한의사를 제외한 우리나라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1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 수준이다. 18년째 연간 3058명으로 묶여 있는 의대 정원을 늘리지 않는다면 2035년에는 2만 7232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는 통계도 나왔다. 이런데도 의협은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의대 증원 반대 입장만 고집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사협회는 11년 뒤 의사가 최대 12만 명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자 ‘전공의 1만 4000명 증원 법안’ 지지 성명까지 내놓았다. 의협은 국민 건강권을 외면하지 말고 필수·지방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해법부터 제시해야 한다. 국민의 80% 이상이 찬성하는 의대 정원 확대를 전제로 필수 의료의 수가 인상, 지역 근무 여건 개선, 의료 사고 시 법적 보호 확대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부도 더 이상 의사 단체의 집단 이기주의에 끌려다니지 말고 일관된 의지로 의료 체계 붕괴 방지 대책을 실천해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