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루시드폴 "듣기 싫던 공사장 소음, 음악으로 만들어냈죠"

두 번째 앰비언트 앨범 'Being-with'

아날로그 방식으로 음악 작업

"완벽한 세상 속 불완전함 특별"

가수 루시드폴. 사진 제공=안테나가수 루시드폴. 사진 제공=안테나




‘노래하는 시인’ 루시드폴이 제주에서 귤 농사를 지은 짓기 시작한 지도 10년이 지났다. 당초 평화롭고 조용하던 제주살이는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공사판으로 돼 버렸다. 최근 두 번째 앰비언트 앨범 ‘비잉-위드’ 발매 기념으로 서울경제와 만난 루시드폴은 “땅 파는 소리, 쇠 자르는 소리가 일년 내내 나서 힘들고 괴로웠다”며 “저를 위로하기 위해 듣기 싫은 소리를 채음해 듣고 싶은 음악으로 만들었다”고 앨범을 소개했다.

‘모든 존재를 위한 찬가’라는 주제로 만들어진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마테르 돌로로사’는 공사장의 포크레인·그라인더 소리를 잘게 이어 붙였다. 루시드폴은 “들어보시면 원형이 뭔지 알 수 없으실 것”이라며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는데, 음악을 만들고 발표하는 것 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메시지를 음악에 담는 건 음악적이지 않지만, 음악을 만드는 사람에게는 그 과정을 밝힐 의무가 있다”는 그는 “거친 소리를 강요하는 세상에 대한 음악적 저항”이라고 곡 소개를 적었다.

가수 루시드폴. 사진 제공=안테나가수 루시드폴. 사진 제공=안테나



노래 ‘미크로코스모’에서는 서울대 응용화학부를 졸업하고 스위스 로잔 연방공과대학을 졸업한 그의 이과스러움이 잘 묻어난다. 그는 “미생물들이 번식하는 소리를 녹음해 음악으로 만들었다”며 “우주가 한 숟가락에도 들어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창작 비화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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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방식으로 작업하며 자연에 대한 메시지를 느낄 수 있는 그의 음악이지만 그는 의외로 “아날로그에 대한 환상은 전혀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둘 다 의미가 있고, 제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취사선택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날로그는 왜곡의 산물이자 골칫덩어리고 오류가 많은데, 그런 점에서 이 풍족하고 완벽한 세상 속 한번쯤 불완전함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단서가 되지 않나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만들어진 이번 음악들은 루시드폴의 말처럼 “조금 덜 떨어진 소리지만 재연할 수 없고 그래서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가수 루시드폴. 사진 제공=안테나가수 루시드폴. 사진 제공=안테나


이번 앨범은 분명 대중적이지 않다. 가사도 없고, 길고, 반복같지 않은 반복이 계속된다. “제 음악을 들으면 10분 안에 잠드실 것”이라고 농담처럼 이야기한 그는 “한 번쯤은 청각적 자극에 집중해서 이런저런 소리를 경험해 보시면 재미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노래하는 자아 뿐 아니라 소리에 집중하는 자아도 생겼다”는 루시드폴은 앞으로도 다양한 음악을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16~17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공연과 함께 신간 ‘모두가 듣는다’ 북토크도 진행한다. “아무것도 안 하고 농사만 짓고 싶은데 365일 뭔가 항상 작업 중”이라는 그의 다음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한순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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