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일하고 돌아왔을때 나를 안아주는게 한옥 매력"

김원천 참우리건축 대표

현대 건축 배웠지만 한옥에 빠져

대학 졸업후 무작정 목수 뛰어들어

아파트 인테리어 적용 등 다양한 시도

변화에 계속 대응하는 한옥 짓고 싶어

김원천 참우리건축 대표가 이달 8일 서울 종로구 한옥 스테이 ‘혜화1938’에서 문을 열어 보이고 있다. 이호재 기자김원천 참우리건축 대표가 이달 8일 서울 종로구 한옥 스테이 ‘혜화1938’에서 문을 열어 보이고 있다. 이호재 기자




“우리가 양옥(서양식으로 지은 집)에서 살고 있는 것은 결국 편리함 때문입니다. 한옥이 양옥만큼 편리해진다면 어떨까, 조금 불편해도 되는 갤러리나 미술관은 한옥으로 지어도 괜찮지 않을까, 이런 상상이 저를 한옥으로 이끄는 힘입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옥 스테이 ‘혜화1938’에서 만난 김원천(46) 참우리건축 대표는 한옥을 설계하고 시공할 때 주안점을 두는 부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현대건축을 배운 김 대표는 한옥에 매력을 느껴 대학 졸업 후 무작정 목수 일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그는 “궁궐 복원 작업에 참여하면서 우리나라 전통 건축의 황금비를 배웠다”며 “과거에 머무른 한옥이 아니라 변화에 계속 대응하는 한옥을 짓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옥을 조금 알겠다 싶었던 2013년 참우리건축의 문을 열었다. 목수·석수·지장·창호·가구 등의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장인들과 함께 협동조합 형태로 시작했다. 지금은 주식회사로 전환한 참우리건축은 건축사사무소와 종합건설사, 관리 서비스, 그리고 한옥 연구소까지 규모를 키웠다. 김 대표는 “우리 회사는 한옥 설계부터 시공, 관리, 한옥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구하고 있다”며 “장인뿐 아니라 한옥의 매력에 푹 빠진 30대 젊은 건축사들이 함께하고 있는데, 특히 한옥에 매력을 느낀 여성 건축사의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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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천 참우리건축 대표가 이달 8일 서울 종로구 한옥 스테이 ‘혜화1938’ 돌담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김원천 참우리건축 대표가 이달 8일 서울 종로구 한옥 스테이 ‘혜화1938’ 돌담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참우리건축이 시공한 곳 중 대표작은 ‘북촌 설화수의 집’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한옥과 한국의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주목받았다. 최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과 함께 ‘2023~2024 한국방문의 해’ 행사차 찾으며 더욱 화제가 됐다. 김 대표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님이 1930년대에 지어진 낡은 한옥을 지키는 게 신축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드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기존 건축 자재를 살리고 싶다고 하셨다”며 “한옥 자재들을 하나하나 뜯어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가 안쪽 오설록 공사를 끝낸 후 해당 자재들을 이용해 지었는데 재활용률은 7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200년 된, 유럽은 1000년 된 목조건물이 남아 있다”며 “기업이 전통 브랜드인 설화수와 한옥을 매칭해 일반 개인이 할 수 없는 한옥을 살려낸 대표적인 사례”라고 했다.

대기업부터 개인까지 다양한 건축주와 협업한다는 그는 건축주의 스토리를 최대한 반영하는 설계로도 호평을 받는다. 김 대표는 “연극인인 건축주가 1955년에 지어진 강서구 개화동 한옥을 고쳐달라고 왔다”며 “본인이 태어난 집인데 이를 살려서 카페 운영과 함께 연극 공연을 하고 싶어 한다고 했고 이를 설계에 반영하고 구현해냈을 때 건축주들의 반응을 보며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증조부 때부터 살던 집, 태어난 집 등 스토리가 있는 집을 한정된 예산으로 시공해달라고 오면 최대한 건축주들의 요구에 맞춰 자재들을 재활용해 시공한다”고 덧붙였다.

김원천 참우리건축 대표가 이달 8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김원천 참우리건축 대표가 이달 8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그는 한옥의 매력을 “껴안을 수 있는 집”이라고 표현했다. 김 대표는 “집은 내가 살고 죽는 공간”이라며 “내가 열심히 일하고 돌아왔을 때 나를 안아줄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옥을 독채 건물로서 선보일 수도 있지만 양옥과 양옥 사이에 끼워넣거나 아파트 안에 인테리어 일부로 넣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한옥은 우리가 도시의 지나온 시간을 느낄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친환경성도 매력 포인트다. 김 대표는 “목재는 그 자체로 탄소 포집 효과가 있다”며 “열효율이 낮다는 한옥의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단열에 신경을 쓴 ‘패시브 하우스’ 등 끊임없는 연구와 실제 구현에 노력 중이다”고 설명했다.

참우리건축은 한옥을 향한 사회적 요구에도 다양한 형태로 응답하는 중이다. 그는 최근 전남 광양의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공공한옥’ 모델을 제시했다. 지방자치단체가 마을 614채의 한옥을 조사하고 이 가운데 13채를 매입해 마을 카페, 사랑방 등으로 꾸민 프로젝트다. 각기 다른 시기에 지어진 한옥들이 그대로 계승되며 마을의 기억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는 한옥의 주거용 활용뿐 아니라 투자 방법도 소개했다. 김 대표는 “서울시가 올해 초 발표한 한옥 4.0 정책을 눈여겨봐야 한다”며 “서울 내 한옥 마을을 조성하게 되면 일부 역세권의 한옥 상가 등이 유망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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