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대공 수사권이 국가정보원에서 경찰로 이관될 예정이지만 충분한 준비가 돼 있지 않아 방첩 수사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12일 국무회의에서 국정원법 시행령인 ‘안보침해 범죄 및 활동 등에 관한 대응업무 규정’ 제정안을 의결했다. 내년 1월 1일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 폐지에 대비해 국정원이 관련 정보를 수집해 경찰로 넘기는 등 제한적으로 대공 수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가 안보에 반하는 행위자에 대한 국정원의 정보 수집·추적, 대공 수사에 국정원 직원 참여 등이 가능해졌다.
대공 수사는 수십 년 동안 정보를 축적하면서 고도의 노하우를 쌓아야 성과를 낼 수 있다. 대공 수사력이 국정원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고 전문 인력도 부족한 경찰이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찰은 해외 방첩망이 없어서 외국 정보기관과의 교류·협력도 수월하지 않다. 이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은 여당 시절인 2020년 12월 국회에서 여야 합의 없이 거대 의석의 힘으로 밀어붙여 관련 국정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인권 문제나 정치 개입 논란 등을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정보·수사 체계를 훼손하고 간첩 잡는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입법을 추진한 것은 안보 자해 행위나 다름없다.
안보 관련 정보는 감청 등 여러가지 수사 기법을 통해 확보되는 경우가 많은데 수사권 부재로 정보 수집 능력 자체가 약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북한은 대남 ‘적화통일’을 포기한 적이 없고 최근 국정원의 수사에서 드러났듯이 끊임없이 대남 공작을 벌여왔다. 김정은 정권은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면서 계속 도발을 시도해왔다. 국내에는 아직도 북한 전체주의 체제를 추종하는 종북 주사파들이 남아 있는 게 사실이다. 정부는 방첩 수사에 한치의 빈틈도 생기지 않도록 국정원과 경찰·검찰의 원활한 협조 체계 구축 등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내년 총선 이후 출범하는 22대 국회는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 복원을 포함해 방첩 수사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