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공공 부문의 총부채(D3)가 1600조 원에 육박해 국내총생산(GDP)의 70%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지방정부의 빚을 합한 국가채무(D1)에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 비금융 공기업 부채까지 보탠 공공 부문 부채는 1588조 7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1조 4000억 원 늘었다. GDP 대비 공공 부문 부채비율은 전년 대비 4.9%포인트 늘어난 73.5%에 이르렀다. 국가채무에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를 포함한 일반정부 부채(D2)는 90조 9000억 원 증가한 1157조 2000억 원에 달해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이 53.5%로 비기축통화국 평균치를 처음으로 웃돌았다.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으로 지난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8.1%, 기업부채 비율이 173.6%까지 급증한 상황에서 나랏빚마저 눈덩이처럼 불어나 부채 위기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 공무원·군인연금 충당 부채까지 포함한 국가부채(D4)의 GDP 대비 비율은 이미 2018년에 106%를 넘어섰고 2024년에는 130%를 초과할 것이라는 섬뜩한 경고까지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해온 데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한국전력 등의 차입금이 급증한 탓이 크다. 문재인 정부 임기 5년 동안 국가채무는 무분별한 포퓰리즘 정책으로 400조 원 이상 급증했다. 게다가 코로나19 이후 다른 주요국들은 국가채무 비율 줄이기에 나섰는데 우리는 되레 확장 재정을 고집해 문제를 키웠다.
더 큰 문제는 급속한 저출산·고령화의 영향으로 세수는 갈수록 줄고 국가 부채의 증가 속도는 한층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야 정치권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대구~광주 달빛고속철도 건설 특별법’ 통과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남발과 같은 선심 정책 경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 초고령화 추세에 따라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연금과 건강보험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GDP 대비 3% 이내로 관리하는 재정준칙 법안도 조속히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이중 구조 완화를 위한 개혁을 성공시키고 기업 활력을 키워 여성·노인·청년층을 위한 질 좋은 일자리를 최대한 창출해야 재정을 안정시키고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