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울의 봄'이 '극장의 봄'을 불러일으켰다. 1979년 12월 12일 일어난 군사 반란의 기록을 따라간 김성수 감독의 작품인 '서울의 봄'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한겨울 날씨보다 더 차갑게 얼어붙었던 국내 박스오피스에 팬데믹 이전보다 더 빠른 흥행 열풍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16일 기준 800만 관객 수를 넘어선 ‘서울의 봄’은 2020년 이후 '범죄도시' 시리즈를 제외한 작품들 중 국내 박스오피스 최고 스코어를 기록했다. '서울의 봄'만이 가진 흥행 요소는 무엇일까.
◇피 끓어오르는 역사적인 분노→국민 감정 자극 = '서울의 봄'은 김성수 감독의 어린 시절 기억에 남겨진 1979년 12월 12일의 흔적을 쫓아가는 작품이다. 보안사령관 전두광(황정민)이 군 내 사조직을 이용해 군사 반란을 일으키고 잘못된 권력을 막기 위해 군인으로서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을 따르는 이태신(정우성)이 그에 맞서 싸우는 긴박한 과정이 담겼다.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대한민국 군인의 분열, 그로 인해 향후 시대의 흐름이 바뀌게 된 거대한 소용돌이 같은 사건을 담아낸 '서울의 봄'은 관객들에게 무력한 감정과 분노를 고스란히 느끼게 만들었다.
다음, 네이버를 비롯한 메인 포털 사이트에는 높은 평점과 함께 분노하는 누리꾼들의 댓글이 쏟아졌고 이른 바 '고구마 지수'가 높은 답답하고 먹먹한 서사에도 불구하고 많은 희생자들을 만들었던 역사적인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인식이 만들어낸 N차 관람 열풍이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다.
◇MZ가 더 열광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 더불어 관람 추이 또한 눈에 띈다. 15일 오후 2시 기준 메인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관람 추이에 따르면 40-50대의 관람률이 전체의 38%, 20-30대는 59%로 역사적인 사실을 몸소 겪었던 세대보다 MZ세대의 반응이 열광적이었다. 특히 MZ세대는 바이럴에 능하기에 SNS를 통해 관람을 유도하는 포스팅, 또는 등장인물들의 연기를 따라 하거나 영화를 보며 심박수 챌린지를 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들이 급격하게 퍼져나갔다.
관객들에 이어 젊은 세대의 배우들까지도 SNS를 통한 입소문에 참여했다. 배우 김지우는 자신의 SNS에 '서울의 봄' 포스터를 올리며 "영화 보며 아는 쌍욕을 다 내뱉은 것은 또 아주 오랜만"이라는 문구를 남겼다. 더불어 배우 송재희는 개인 SNS를 통해 아버지에 대한 일화를 꺼내기도 했다. 그는 "매년 생일이 되면 아버지는 늘 내가 태어난 1979년 12월 11일에 대해 회상했다. 막내가 태어났다는 소식에 퇴근을 하자마자 영등포 성심병원을 향해 한강을 건너시려 했지만 군인들이 대교를 막고 있어 새벽이 돼서야 나를 만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막 태어난 막내아들을 보기 위해 마음을 졸이셨을 아버지를 생각하니 뭉클했다"며 12.12 사태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전했고 이 이야기는 누리꾼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이순신이 기다린다...'노량' 개봉하는 12월 박스오피스의 승자는? = '서울의 봄'의 흥행 뒤에는 12월 극장가에서 적수가 많지 않아 '서울의 봄'이 흥행을 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동시기 개봉했던 한국 영화 '싱글 인 서울'(감독 박범수)은 개봉 1주 차에는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했으나 이후 점차 떨어지며 15일 기준 외화 '괴물'(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나폴레옹'(감독 리들리 스콧), '쏘우 X'(감독 케빈 그루터트)와 애니메이션 영화 '뽀로로 극장판 슈퍼스타 대모험'(감독 윤제완, 김성민)보다도 더 낮은 7위로 떨어졌다. 메인 포털 사이트에 등재된 평점 또한 9점 대를 기록한 '서울의 봄'에 비해 2점 가까이 떨어진 7점 대를 기록하며 대중들의 관심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오는 20일, 김한민 감독이 연출한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의 최종장인 '노량: 죽음의 바다'가 극장가로 찾아오며 '서울의 봄'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예정이다.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위인 이순신의 죽음이 담긴 노량해전을 그려낸 '노량: 죽음의 바다'는 김윤석, 허준호, 정재영, 백윤식, 이무생, 이규형 등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연기력을 입증한 선 굵은 배우들의 출연까지 더해져 관객들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치닫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서울의 봄'이 천만 영화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에 대한 귀추가 더욱 주목된다. 특히 1994년 데뷔 이후 연기 경력만 30년에 가까운 정우성의 '천만 배우 등극'에 대한 관심도 상당하다. 무탈하게 오래 활동한 국내 정상의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출연작이 천만 영화에 등극하지 못했던 아픔을 안고 있는 그가 '노량: 죽음의 바다'의 공세를 넘고 '천만 배우'의 한을 풀 수 있을지에 대한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