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뱃살을 빼기 위해 런닝을 시작한 직장인 황모 씨(43). 추워진 날씨에 작심삼일로 끝날 뻔한 위기를 넘기고 꾸준히 문밖을 나섰다. 다이어트에 꼭 성공하고 싶다는 의욕으로 하루하루 런닝을 이어가던 황씨는 날씨가 추워질수록 운동 목표치를 빨리 채우고 끝내자는 생각에 곧장 속력을 높여 달리곤 했다. 그러한 운동 습관이 화근이었을까. 언제부턴가 무릎 뒤쪽에 통증이 느껴졌다. 가벼운 근육통이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은 점차 심해졌다. 무릎을 구부리는 동작마저 어려워지자 결국 가까운 한방병원을 찾은 황 씨는 ‘반월상연골손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추운 날씨로 인해 외출이 꺼려지는 겨울은 '살찌기 쉬운 계절'로 여겨진다. 식사량은 변하지 않는데 활동량이 줄어드는 것이 주된 이유다. 혹한의 겨울 날씨에도 운동 욕구를 불태우는 이들이 있다. 지난달 구인·구직 플랫폼이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805명 중 75.2%가 퇴근 후 시간이나 주말을 활용해 자기계발 활동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 중 가장 인기 있는 활동으로는 ‘운동’이 60.3%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다이어트 및 체력 증진을 위한 직장인들의 의지가 추위를 이길 만큼 뜨겁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요즘처럼 날씨가 급변하고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시기에는 운동에 앞서 자신의 몸 상태부터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 몸은 기온이 떨어지면 혈관이 수축돼 혈액순환이 저하된다. 이는 근육과 인대의 긴장으로 이어져 관절의 유연성을 떨어뜨린다. 이러한 상태에서 갑작스레 운동을 하면 각종 근골격계 질환과 부상의 위험이 커진다. 특히 하중이 집중되는 무릎의 경우 연골이 쉽게 손상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반월상연골’은 과한 움직임이나 반복적인 충격으로 손상을 입기 쉬운 부위 중 하나로 꼽힌다. 반월상연골은 무릎 관절연골 아래쪽에 위치한 ‘C’자 모양의 연골판으로, 걷거나 뛸 때 충격을 흡수하고 관절 및 연골에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충격이 가해져 파열되고 염증이 발생한 상태가 ‘반월상연골손상’이다.
반월상연골이 손상되면 관절 주변 및 무릎 뒤편으로 심한 통증이 발생한다. 무릎에 물이 차는 부종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무릎이 어느 순간부터 구부러지지 않는 잠김 현상이 나타나고, 시간이 지날수록 다리 근육이 위축돼 가늘어지기도 한다. 이를 단순한 근육통으로 여겨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하면 손상 정도와 통증이 더욱 심해질 뿐 아니라 퇴행성 관절염으로 악화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증상이 있다면 전문가와 상의해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길 권장한다.
초기 단계의 반월상연골손상이나 손상 정도가 작은 경우 대부분 수술 없이 치료가 가능하다. 한의학에서는 주로 침·약침 치료, 한약 처방 등을 병행하는 한방통합치료를 통해 반월상연골손상을 치료한다. 침치료는 혈액순환이 원활해지도록 도와 무릎 근육과 인대의 경직을 이완시킨다. 한약재 성분을 체내에 직접 주입하는 약침 치료는 염증과 통증을 신속하게 가라앉히는 데 효과적이다. 증상과 체질에 맞는 한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면 뼈와 연골을 강화하고 증상의 재발을 방지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자생한방병원 연구팀이 SCI(E)급 국제학술지 ‘중의학(Chinese Medicine)’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약침 치료는 염증 인자를 억제하고 뼈·연골을 보호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골관절염을 유도한 실험쥐에게 약침을 투여한 결과 약침 치료를 받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염증 유발 물질인 ‘프로스타글라딘E2’가 60.59% 억제됐다. 약침 투여군은 뼈를 구성하는 요소인 소주골의 부피가 대조군보다 약 40% 더 보호됐으며, 연골 표면에 발생했던 손상도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
겨울철 추위에 움츠러든 몸을 움직일 때는 철저한 준비운동을 통해 부상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요즘 같은 날씨에는 본격적인 운동 전 미리 체온을 높여 유연한 관절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꼭 명심하자. 오늘도 식지 않는 열정으로 운동에 임하는 모든 건강한 직장인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