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직만 핀셋으로 집어내듯 개각한 것은 내년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아성인 수원 지역을 공략해 여당의 선거 승리를 견인하도록 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특히 ‘수원무’ 지역구를 여러 차례 수성해온 민주당의 거물 정치인 김진표 국회의장에 대항하려면 그에 못지않은 엘리트 관료 출신의 경제·산업 전문가가 투입돼야 한다는 여당의 요청을 윤 대통령이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수도권에 여당 바람을 불게 하려면 수원을 반드시 탈환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반도체 산업 육성 등에 공을 들이며 수원을 비롯한 수도권 남부 벨트의 유권자 표심을 공략해왔다. 다만 수원 지역은 야당 우세 지역이어서 여당이 강력한 총선 후보를 내지 못한다면 단순히 대통령의 지원사격만으로는 뚫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대 총선에서는 수원 5개 지역구(갑·을·병·정·무) 모두 민주당이 차지했다. 이에 따라 산업부 수장을 불과 3개월 전에 맡은 방문규 장관을 부득이하게 수원 공략의 필승 병기로 출전시키기게 된 것이다.
방 장관은 재경직 28회로 예산실장, 기재부 2차관, 수출입은행장, 국무조정실장, 산업부 장관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일 잘하고 스마트한 ‘정통 경제 관료’ 이미지를 부각시켜 세대교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방 장관은 정부와 여당 인사 중에서는 몇 안 되는 수원 수성고 출신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수원에서 당선되기 위해서는 수성고를 졸업해야 한다는 속설이 있다.
윤 대통령은 방 장관의 후임으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명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의 수출이 회복되는 상황에서 통상 전문가를 기용해 우리 기업의 활로를 더 활짝 열겠다는 복안이다. 2기 내각은 관료 및 전문가 중심으로 인선해 임기 중반기를 안정적으로 이끌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중을 읽을 수 있다.
조만간 추가 개각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은 외교부·법무부 장관 등의 교체 여부를 막판 고심 중이다. 외교부 장관에는 장호진 외교부 1차관과 조태열 전 외교부 2차관 등이 거론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법무부 장관 인선 계획도 있느냐는 질문에 “당에서 여러 의견 수렴도 하고 살펴보고 말씀드려야 될 것”이라 답했다. 외교부 장관 및 일부 안보 라인의 경우 교체 여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검증도 있고 살펴볼 것이 많다. 유임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尹, 총선용 핀셋 개각…산업장관 안덕근
"기업 혁신·역동 성장 지원 최선"
방문규, 3개월만에 총선 차출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명했다. 방문규 장관을 내년 총선에 출마시켜 수도권 표심을 공략하도록 하기 위한 차원의 핀셋 개각으로 풀이된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의 안 후보자 지명 사실을 전했다. 김 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제 통상 전문가”라며 “현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으로서 통상 현안에 빈틈없이 대응하는 등 탁월한 업무 능력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이어 “풍부한 국내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수출 증진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대한민국의 경제 영토 확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자는 1968년 대구에서 태어나 대구 덕원고,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국제학과 교수를 지냈고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안 후보자는 소감 발표를 통해 “최근 격변하는 세계 정세와 경영 환경 앞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변화와 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통상교섭본부장으로 구축해온 글로벌 네트워크를 발판으로 기업들과 더욱 긴밀하게 소통하며 세계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혁신을 주도하고 역동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합리적이고 실현 가능한 에너지 정책으로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공고히 하고 미래를 위한 탄소 중립 실현에 철저히 대비해가겠다”고 다짐했다.
여권에 따르면 이르면 이번 주 중 추가 개각이 단행될 가능성도 있다. 외교부·법무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고용노동부 등이 후속 개각 대상으로 거론된다. 다만 후임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 이슈, 여당의 지도부 교체 상황 및 총선 전략 등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