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합의가 난항을 겪으면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요 7개국(G7)은 러시아 동결 자산 중 일부를 압류해 우크라이나를 돕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미국 CNN 방송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16일(현지 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정부는 서방의 우크라이나 원조 지연이 우크라이나 국방력, 나아가 패배 가능성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고 있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원조 없이 우크라이나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익명의 미국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그 기간을 수개월로 점치며 최악의 경우 우크라이나가 여름께 러시아에 지거나 상당한 수준의 후퇴를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는 원조 중단을 우려해 벌써부터 탄약 소모를 제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미국과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원안은 모두 표류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공화당, EU에서는 헝가리의 반대로 각각 614억 달러(약 80조 원), 500억 유로(약 71조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멈춰섰다.
우크라이나 지원이 정치적 분열로 차질을 빚자 G7은 해외 금융기관에 예치된 러시아 동결 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G7 당국자들은 최근 몇 주 동안 러시아 동결 자산 3000억 달러(약 391조 원) 중 일부를 압류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G7은 그동안 외국인투자가 이탈 위험과 국제법 위반 소지를 감안해 러시아 자산 압류 논의는 삼갔는데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내년 2월 G7 정상회담에서 러시아 자산 압류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원활한 합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러시아가 서방이 동결 자산을 활용할 경우 자국 내 EU 회원국 자산 압류로 대응하겠다며 반발하고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