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중 사고를 당해 재해 보상을 신청하는 소방·경찰공무원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 보상 승인 비율은 점차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치안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재해를 당한 소방·경찰공무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기획재정위원회·창원 의창)이 인사혁신처로부터 제출받은 ‘소방·경찰공무원 재해 보상 신청 및 승인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재해 보상을 신청한 소방공무원은 총 92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6개월 만에 2021년(1122명)과 지난해(1307명) 각 한 해 동안 재해 보상을 신청한 소방공무원 수에 육박하는 셈이다.
화재 진압 등 ‘고유 업무’ 중 재해를 당한 비율도 증가했다. 소방공무원의 고유 업무 중 사고는 2021년 38건으로 전체의 3.38%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76명으로 증가해 전체의 5.8% 수준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81명이 고유 업무 중 사고를 당해 전체의 8.76%를 차지했다.
이처럼 재해를 당하는 소방공무원은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 보상 비율은 5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재해 보상 신청자 중 승인을 받은 비율은 2018년 88.8%, 2021년 88.3%, 2022년 88.5%로 등락을 거듭해오다 올해 상반기에는 85.7%로 주저앉았다.
경찰공무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해 6월까지 경찰공무원 재해 보상 신청자는 총 1235명으로 2021년(1729명), 2022년(1847명) 각 한 해에 기록한 보상 신청자의 60%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고유 업무 중 사고를 당한 경찰공무원의 비율도 2021년 3.87%(67명)에서 올해 상반기에 4.1%(51명)로 증가했다. 그러나 보상 승인 비율은 89.3%에 그쳐 5년 내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보상을 받는다고 해도 간병비 등 보상금도 넉넉지 않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재해를 당한 소방·경찰공무원 등이 지급받을 수 있는 간병비는 1일 최대 6만 7140원이다. 이 또한 재해 1급으로 분류됐을 때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대한간병인협회가 책정한 전문 간병인 1일 간병료가 12만 원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공무원연금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재해를 입은 소방공무원 17명이 지급받은 간병비는 총 1억 2000만 원으로 1인당 평균 705만 원 수준이었다. 경찰공무원의 간병비 또한 올해 11월까지 1인당 1061만 원으로 지난해(906만 원)에 비해 소폭 상승했지만 2019년(2195만 원), 2020년(1112만 원), 2021년(1272만 원)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현장에서 발생하는 치안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에 재해를 입은 경찰·소방공무원의 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고유 업무 중 사고 비율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처우 개선이 동반되지 않으면 치안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선 의원은 "건전재정을 실현해 절감한 예산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국가의 본질적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방·경찰 등 민생보호와 직결되는 현장 공무원의 여건을 합리적으로 개선해 대국민서비스의 품질과 신뢰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