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18일 구속됐다. 이는 검찰이 지난 4월 12일 윤관석·이성만 무소속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수사에 착수한 지 8개월 만이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송 전 대표가 당 대표 경선과 관련한 금품 수수에 일정 부분 관여한 점이 소명됐다고 판단한 만큼 향후 수사는 누가 돈봉투를 받았는 지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돈이 마련돼 뿌려지는 과정에 대한 수사가 이뤄진 터라 향후 이를 수수한 이들까지 검찰 수사 칼날의 ‘사정권’ 안에 들어오게 될 것이란 얘기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18일 송 전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마친 뒤 오후 11시 59분께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는 게 발부 사유다. 특히 혐의에 대해서도 “피의자가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당대표 경선과 관련한 금품수수에 일정 부분 관여한 점이 소명되는 등 사안이 중하다”고 제시했다. ‘인적·물적 증거에 관해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피의자의 행위 및 제반 정황에 비추어 증거인멸의 염려도 있다”는 점도 구속영장 발부 사유로 꼽았다.
송 전 대표는 앞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해도 기각 시킬 자신이 있다고 공언했다. 특히 그동안 증거 인멸 의혹과 관련해 비난 받을 행동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대학에서 제공한 현지 휴대전화기를 사용하다가 입국하면서 바꿨고, ‘평화와 먹고사는문제 연구소(먹사연)’ 하드디스크는 정기적인 교체의 일환이라는 게 송 전 대표의 주장이었다. 송 대표는 영장심사가 열린 이날도 “방어권 행사를 위해 참고인에게 상황이 어떤지 전화한 건데 이를 증거인멸이라고 말하면 너무 불공정한 게임”이라고 재차 의견을 제시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검찰 측 손을 들어줬다. 검찰은 영장심사에서 송 전 대표가 프랑스 파리에서 귀국할 때 기존에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폐기하고, 산 시 일주일 가량 된 ‘깡통폰’을 제출한 점, 차명 휴대전화를 이용해 사건 관계자들과 접촉하며 수사 동향을 파악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또 먹사연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지난해 11월 교체된 것과 관련해 송 전 대표의 보좌관이었던 박용수씨가 선제적인 증거 인멸 교사 혐의로 재판받고 있다는 점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재판부는 송 전 대표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관여 소명, 사안이 중하다는 등도 사유에 덧붙였다. 이는 그동안 송 전 대표가 검찰이 위법한 별건 수사를 하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는 점에서 법원이 잠정적으로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인정해 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 향후 수사 방향이 금품 수수 의혹을 받는 의원들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되고, 수사 자체가 정당하다고 인정된 만큼 검찰이 수사 범위를 한층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