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이 영변 핵 단지 내 실험용 경수로를 십수 년 만에 완공해 시운전에 들어간 정황을 공개하면서 한미 당국이 우려하고 있다. 북한의 경수로 가동은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 생산량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수단으로 그동안 공언해온 핵무장 능력 고도화를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외교부는 “정부는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북한 핵시설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21일 실험용 경수로 시운전 정황에 대한 IAEA 사무총장 언급에도 주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국무부도 “안전을 포함해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며 “북한의 불법적인 핵 및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은 국제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21일(현지 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IAEA 이사회 개회사에서 “올 10월 중순 이후 북한의 실험용 경수로 냉각 시스템에서 온수 배출이 관측됐다”며 “이는 경수로가 시운전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2010년께부터 영변에 실험용 경수로를 건설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실험용 경수로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하면 현재 영변에서 운영하는 원자로인 5㎿ 흑연감속로에 더해 플루토늄을 생산할 추가 수단을 확보하게 된다.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은 원자로에서 핵연료를 연소시켜 폐연료봉을 만든 뒤 재처리 과정을 거쳐 추출하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실험용 경수로는 5㎿ 흑연감속로의 최소 수배에 달하는 플루토늄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을 것으로 당국과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당국은 영변 실험용 경수로의 생산능력과 현 상태 등을 계속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험용 경수로를 비롯한 핵시설의 방사능 물질 유출 같은 문제가 북한 주민들은 물론 주변 국가들의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도 우려 대상이다.
한편 북한은 이번 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어 새해 정책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북한의 핵심 정책 결정 기구로 알려진 이번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을 겨냥한 ‘강 대 강’ 원칙과 함께 제시할 메시지에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