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새벽 서울 도봉구 방학동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불이 나 30대 부부가 자녀와 대피하다가 남편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사고로 주민 200여 명이 대피했으나 2명이 숨지고 3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25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57분께 도봉구 방학동의 23층짜리 아파트 3층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불이 난 3층 바로 위층인 4층에는 부부와 7개월, 2세 자매가 살고 있었다. 화재가 발생하자 아내는 2살배기 첫째 딸을 지상에 놓여 있던 재활용 포대에 던지고 뒤이어 자신도 뛰어내렸다. 남편 박 모 씨는 7개월 된 막내 딸을 이불로 감싸 안고 함께 뛰어내렸으나 끝내 숨지고 말았다. 두 자녀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아내는 중상을 입고 치료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다른 사망자인 30대 남성 임 모 씨는 10층 거주자로 11층 계단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임 씨는 이날 화재의 최초 신고자로 가족들을 먼저 대피시키고 옥상으로 향하다 변을 당했다. 소방 당국은 임 씨가 불을 피해 위로 대피하던 중 연기 흡입으로 인해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불이 난 3층 집에서는 70대 남녀 2명이 구조됐다. 이들은 밖으로 뛰어내려 생명을 건졌으나 허리 통증과 연기 흡입에 따른 고통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소방 당국은 오전 5시 4분께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차량 57대와 인력 222명을 동원해 오전 6시 37분께 큰 불길을 잡았다. 이후 화재 발생 약 4시간 만인 오전 8시 40분께 불을 완전히 껐다. 이날 화재로 박 씨와 임 씨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중상, 27명이 경상을 입었다. 아울러 주민 200여 명이 긴급히 대피했다.
목격자와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화재는 3층에서 시작한 불길이 ‘펑’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위층으로 번진 데다 연기가 계단을 타고 고층까지 번지면서 피해가 커졌다. 아파트 외벽에는 17층까지 그을음 흔적이 남았고 2~4층의 유리창도 모조리 깨져 위급했던 당시 상황을 짐작하게 했다. 일부 주민은 맨발 또는 잠옷 차림이거나 겉옷도 챙겨 입지 못한 상태로 황급히 대피했다. 도봉구청은 사고 수습 지원과 이재민 관리를 위해 현장에 통합지원본부를 꾸리고 주변 숙소에 임시 거주 시설을 마련했다. 경찰은 방화 등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26일 합동 현장 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24일 새벽에는 세종시의 한 목욕탕에서 감전 사고로 70대 여성 3명이 숨졌다. 경찰은 탕에 전기가 흘러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26일 2차 합동 감식을 진행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이날 오전 사망자들의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