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수출 강국 도약을 추진하는 정부가 올 8월 23조 원 규모의 수출금융 종합 지원안을 발표했지만 중견기업 10곳 중 9곳은 아직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견기업들은 지원 내용이 중소기업에 치우치고 은행들이 까다롭게 실적 및 담보를 요구하는 점이 수출금융을 지원받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로 여기고 있다.
27일 서울경제신문이 국내 중견기업 110곳을 대상으로 ‘중견기업들이 바라본 수출 및 기업 금융의 개선 과제’에 대한 설문을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8월 종합 지원안 발표 후 금융기관 지원이 수월해졌는가’를 묻는 질문에 응답 기업의 86.4%(95곳)가 ‘큰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다소 호전됐다’는 답변은 13.6%(15개사)에 불과했으며 ‘매우 개선됐다’고 응답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또 응답 기업의 38.1%는 현재 지원받고 있는 정책금융의 규모가 부족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절반이 넘는 52.4%는 ‘적당하다’고 했고 9.5%는 ‘다소 충분하다’고 답했다.
수출과 관련한 정책금융 지원을 받을 때 애로 사항(복수 응답)으로는 ‘중소기업 중심이라 중견기업의 기회가 적다’가 52.4%로 가장 많았다. ‘복잡한 절차(23.8%)’와 ‘높은 담보 요구 수준(23.8%)’도 문제로 지목됐으며 ‘예산 조기 소진(19%)’ ‘낮은 정보 접근성(19%)’ ‘기관마다 상이한 서류 기준(14.3%)’ 등도 꼽혔다.
중견기업들은 각종 대내외 변수로 경영 환경이 악화될 것을 크게 우려했다. 응답 기업의 36.4%가 올해 초와 비교해 자금 사정이 ‘다소 악화됐다’고 밝혔고 ‘큰 변화가 없다’는 기업은 31.8%였다. 22.7%만이 ‘다소 호전됐다’고 답변했으며 ‘매우 개선됐다’는 기업은 9.1%에 그쳤다. 고금리 장기화의 여파로 수출 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자금 사정이 나빠진 기업들은 1·2금융권 대출(65%)과 경비 축소(60%)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에 응한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정책금융을 신청하려 해도 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실적이 아닌 성장성이나 기술력 평가를 통해 지원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