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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절차 개선 필요"…포스코 회장 선출, KT 전철 밟나

후보추천위원 現회장 재임때 선임

김태현 이사장, 불공정 문제 제기

차기 회장 인선 과정 논란 불가피

내년 3월 주총까지 선출 못할수도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연합뉴스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연합뉴스




국민연금이 포스코그룹의 차기 회장 선출과 관련해 절차상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사실상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연임에 제동을 걸었다. 차기 회장 후보를 발굴하고 심사하는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원들이 모두 현직 회장 재임 기간에 새로 선임됐거나 재선임된 인사라는 점에서 현직자에 유리한 구조라는 지적이다.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차기 회장 후보 발굴 및 압축에 나서는 만큼 인선 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의 김태현 이사장은 2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포스코 회장 선임은 KT 사례와 같이 주주 이익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내·외부인에게 공평한 기회가 부여돼야 한다”면서 “KT 사례와 비교하면 현재의 포스코 CEO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은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의 이 같은 입장은 최근 포스코홀딩스가 새로운 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해 최 회장이 연임에 나설 수 있는 ‘CEO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한 것과 관련해 비판적 의견을 제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포스코 CEO 후추위가 기존 이사진으로 구성되고 별도의 공모 절차 없이 최 회장을 자동으로 1차 CEO 후보군에 포함하는 데 대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포스코홀딩스가 ‘셀프 연임제’를 폐지하고 외부의 입김을 막겠다는 취지로 제도를 바꿨지만 김 이사장은 후추위가 유효 경쟁의 길을 오히려 차단해 공평한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김 이사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기존의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기구가 공정하고 주주의 이익을 충분히 대변할 수 있는지는 주주·투자자와 시장에서 적절히 판단할 것”이라며 “공정하고 투명한 기준·절차에 따라 회장 선임 절차가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코그룹에 따르면 후추위는 공개 모집 절차 없이 포스코 내부 회장 육성 프로그램을 거친 핵심 임원진과 외부 추천 인사들로 1차 후보군(롱리스트)을 꾸린 후 자체 심사를 거쳐 내년 1월 말 최종 후보군(쇼트리스트)을 공개할 예정이다.

김 이사장은 이어 소유분산기업의 CEO 선출 선례로 KT를 제시했다. 김 이사장은 “올해 KT의 새 CEO 선출 과정에서 CEO 후보 직접 공모와 후보 선정을 위한 외부 전문가 중심의 인선 자문단 제도 및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 중심의 위원회를 통한 CEO 후보 추천 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국민연금은 KT 이사회가 구현모 대표를 차기 대표로 결정하자 즉각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후 구 대표가 본인의 영향력이 큰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이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구 대표와 가까운 윤경림 당시 KT 사장을 대표로 추천했지만 윤 사장 역시 낙마했다.

국민연금이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선출 절차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최 회장이 후보에 들어가는 것은 쉽지 않게 됐다. 실질 경쟁이 가능하도록 CEO 후추위를 재구성할 경우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 차기 회장을 선출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주 가동을 시작한 회장 선출 과정이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국민연금은 12월 1일 기준 포스코홀딩스 지분 6.7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포스코홀딩스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주주는 국민연금이 유일하며 소액주주 지분이 75.52%에 달한다. 사실상 대주주로서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 방침을 정한다면 기타 주주들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민간 기업 CEO 선임 절차에 개입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김선영 기자·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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