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 능력 16위의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상환 문제로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태영건설의 부동산 PF 잔액은 3조 2000억 원에 달하며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PF 보증채무만 3956억 원에 이른다. 분양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은 PF 부실발(發) 연쇄 부도 위기의 신호탄일 가능성이 높다. 올해 9월 말 기준 부동산 PF 규모는 134조 3000억 원으로 2020년 말 92조 5000억원보다 45%나 급증했다. 9월 말 기준 PF 대출 연체율도 2.42%로 2020년 말 0.55%보다 4배 이상 상승했다.
최근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건설업체의 41.6%가 부실 기업이라고 한다. 더구나 시행사-종합건설사-전문건설사로 발주가 이어지는 건설업계의 하도급 구조상 한 건설사의 부실은 곧바로 다른 중소 건설사로 전이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벌어진 건설사 줄도산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금융권으로의 위기 전이 가능성이다. 특히 증권·저축은행·여신전문회사 등 제2금융권의 PF 대출 잔액은 42조 1000억 원에 달하며 연체율은 4~13%에 이른다. 2금융권은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사업장에 고금리로 대출해주는 데다 착공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돈을 빌려주는 ‘브리지론’의 비중이 높아 부실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다.
우리는 2011년 PF 부실발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라는 뼈아픈 경험을 했다. 당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둔 이명박 정부는 국가 이미지를 고려해 구조조정을 늦췄다가 사태를 악화시켰다. 금융 당국 수장이 저축은행에 예금까지 하며 시장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뱅크런 사태를 막지는 못했다.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 사태 때 발생한 ‘디지털 뱅크런’에서 보듯 요즘엔 부실의 전이 속도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이 빠르다. PF 부실이 우리 경제의 최대 뇌관이 됐다. 부실 사업장·금융사를 신속히 가려내 부실을 도려내지 못하면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 기껏 살아나기 시작한 경기 회복의 불씨마저 사그라져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1%대 성장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해 구조조정의 강도를 조절하거나 시기를 늦춰서도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