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내년에도 녹록지 않아"…'위기관리' 최우선으로

◆4대 금융지주 연말 인사 키워드

KB금융, 사업부문 3개로 축소

신한도 11개 부문 4개로 줄여

KB·하나금융은 부회장직 없애

변화보단 조직 슬림화·상생 초점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연말 인사는 혁신보다 ‘안정’에 힘이 실렸다. 젊은 임원 발탁 인사도 있었지만 기존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유임됐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가 겹친 글로벌 복합 위기 상황을 고려해 지난 수년간 인사 키워드였던 세대교체나 미래 먹거리 준비보다는 생존을 위한 ‘위기관리’를 최우선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부회장직 폐지와 조직 통폐합으로 ‘슬림화’를 강도 높게 추진하며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데 방점이 찍혔다는 분석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하나금융은 올해 연말 인사를 통해 기존 지주 부회장직을 폐지하고 신한·우리금융 등과 마찬가지로 조직 슬림화를 뼈대로 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로써 4대 금융지주 중 부회장직을 둔 곳은 전무하게 됐다.

KB금융은 부회장직 폐지로 기존 3명의 지주 부회장이 총괄했던 10개 사업 부문을 3개로 줄였다. 기존 10개 사업 부문 중 그룹 차원에서 보다 집중해야 할 △디지털 △정보기술(IT) △글로벌 △보험은 독립된 부문으로 강화하고 계열사 간 시너지 체계가 정착된 △개인고객 △자산관리(WM)연금 △소상공인(SME) △자산관리 △자본시장 △CIB조직은 계열사 자율 경영 체계로 재편했다. 이에 따라 기존의 10부문 16총괄 1준법감시인 체계가 3부문 6담당 1준법감시인으로 대폭 축소됐다.



신한금융도 조직의 군살을 덜어내는 데 집중했다. 지주 조직의 경우 기존 재무·운영·준법감시인·감사·브랜드홍보·리스크·디지털·전략·신사업·소비자보호·원신한 등 11개에 달하는 지주사 부문을 △전략 △재무 부문 △운영 △소비자보호 등 4개 부문으로 통합하고 감사·리스크 등 파트 조직을 신설했다. 신사업 부문과 원신한 부문은 해체됐다. 기존 10명이었던 부문장(부사장)은 6명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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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역시 부회장직을 없애고 부문 임원 체제를 도입했다. 신속한 의사 결정 체계를 구축하고 각 분야의 전문성을 보유한 리더들을 통해 그룹의 실질적인 성과와 함께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나간다는 계획이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먼저 조직 개편을 마무리한 우리금융은 기존의 조직 슬림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연관성이 높은 부서를 함께 묶는 방식으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그룹 인수합병(M&A)을 담당하는 ‘사업포트폴리오부’를 기존 미래사업추진 부문에서 전략 부문으로 재편했고 시너지사업부는 성장지원 부문으로, 미래혁신부는 디지털혁신 부문으로 재배치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의사 결정 속도 제고 등 소통 효율화가 올해 금융지주 인사를 관통하는 핵심 가치”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의 상생 금융 기조에 발맞춰 상생금융부를 신설 확대한 것도 올해 조직 개편의 특징이다. KB금융은 기존 ESG본부를 ‘ESG상생본부’로 확대 개편해 그룹 상생 금융을 총괄하도록 했다. 신한은행도 그룹의 상생 금융 활동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상생금융부’를 신설했다. 하나금융은 지주에 ‘상생금융지원 전담팀’을 신설하고 은행에는 ‘상생금융센터’를 만들었다.

경영진 인사는 안정에 초점이 맞춰졌다. 신한금융은 임기 만료 자회사 CEO 9명의 전원 연임을 결정했고 하나금융도 자회사 10곳 중 7곳의 CEO 연임을 결정했다. KB금융은 CEO 임기 만료를 앞둔 계열사 8곳 중 6곳에서 교체가 이뤄졌는데 주력 계열사인 은행·증권·카드·손보 등은 재선임하거나 내부 승진으로 조직의 안정을 모색했다는 분석이다.

주요 금융지주들의 이 같은 인사 방침은 내년 불경기 파고에 대비하는 차원이다. 내년부터 수익성 악화가 예고된 가운데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및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가계대출 부실 등 잠재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이번 인사를 두고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격언을 인용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한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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